[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인력 및 조직 재정비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영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위험 자산 정리 일환으로 대출채권 매각에 나서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수년째 적자 탈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단기 실적 반등보다 '매각 대비 체력 회복'에 방점을 찍은 전략으로 해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의 임직원 보수총액은 317억원으로 전년 동기(449억원) 대비 29% 감소했다. 2년 전(501억원)과 비교하면 인건비는 37% 줄었다. 임직원 수 역시 2023년 529명, 2024년 487명, 2025년 3분기 말 368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인력 구조를 빠르게 슬림화한 결과다.
최근에는 리테일 뱅킹과 코퍼레이트 뱅킹을 여신총괄부문으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도 실시했다. 가계·기업 여신 기능을 일원화해 심사·사후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리스크 통제력을 높이려는 조치다.
이 같은 조직 슬림화는 대출자산 축소 흐름과 맞물린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산 리밸런싱 과정에서 대출채권 규모를 크게 줄였다. 대출채권은 2022년 5조227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3조3587억원, 2024년 2조1038억원으로 감소했고, 2025년 3분기 말에는 1조7802억원까지 축소됐다. 외형 성장보다 건전성 중심의 '디레버리징'이 본격화된 셈이다.
이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은 실적 부진과 맞닿아 있다. 2023년 10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던 패퍼저축은행은 2024년에도 961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대규모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도 401억원에 달해 3년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수익성 악화의 배경에는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중심 성장 전략의 한계가 자리한다. 금융당국이 해당 대출을 가계대출 우회 경로로 규정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핵심 영업 기반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개인사업자 대출은 2022년 1조807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조2075억원으로 급감했고, 2024년 6548억원, 2025년 3분기 말 4215억원까지 줄었다. 주력 포트폴리오 자체가 빠르게 축소되며 성장 동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부담이다. 부동산업(PF·건설업·부동산업) 신용공여 연체율은 2022년 1.06%에서 2023년 12.38%로 급등한 데 이어 2024년 18.63%, 2025년 3분기 말 19.33%까지 상승했다. 자산건전성 리스크가 사실상 임계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영향으로 외형도 급격히 위축됐다. 자산총계는 2022년 6조2554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23년 4조7188억원, 2024년 2조8914억원으로 감소했고, 2025년 3분기 말에는 2조5618억원까지 줄었다. 여·수신 동반 축소에 따른 '수익 기반 약화'가 구조적으로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매각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체력으로는 기대 밸류에이션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호주 페퍼그룹 입장에서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엑시트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 인수 후보로 지난해 OK금융그룹이 거론됐지만 가격 등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최근 이어진 유상증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페퍼그룹은 지난해 300억원, 올해 1월 추가로 300억원을 투입했다. 단기 매각보다는 재무구조를 개선해 '제값을 받는 시점'을 늦추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 개인회생 증가 등 대외 환경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하됐고, 이로 인해 리스크 관리와 체질 개선에 집중해왔다"며 "올해는 건전성과 수익성 동시 개선에 초점을 두고, 선제적인 부실채권 관리 및 비용 효율화 등을 병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페퍼그룹은 지난 2013년 계열사 PSB 인베스트먼트 홀딩스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의 전신인 늘푸른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했다. 같은 해 자산·부채 이전 방식으로 인수한 한울저축은행을 합쳐 페퍼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현재 페퍼그룹의 대주주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 KKR은 페퍼저축은행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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