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간 쌓아왔던 미국 정·재계 인맥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미국 AI(인공지능) 기업과 손잡고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한국과 미국이 디지털 패권 수호를 위해 맺은 전략적 동맹의 첫 사례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국내 최대 리테일 테크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AI 스타트업 리플렉션 AI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연내 양사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신세계그룹이 구축할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에 리플렉션 AI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민간기업간 협력을 넘어 한·미 양국 정부의 디지털 패권 동맹의 성격도 갖는다. 실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내셔널 AI 센터 개소식 참석 이후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 AI의 MOU 체결 현장에도 함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셔널 AI 센터는 미국의 'AI 수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핵심 거점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계기로 상무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서비스 생태계를 패키지 형태로 우방국에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 정부의 궁극적 목적은 우방국과 함께 디지털 패권을 유지하는데 있다. 이번 사례는 한국이 주요 동맹국으로 선택됐고 그 파트너로 신세계그룹이 낙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MOU 자리에서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성과에는 정용진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J.D. 밴스 미국 부통령 주최 성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방미해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과 만나 AI 수출 프로그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최고경영자(CEO)와 면담을 진행하며 협력 논의를 구체화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통 유통에서 AI 커머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리플렉션 AI가 추구하는 '오픈 웨이트 모델'은 사용자가 AI 시스템을 직접 수정·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폐쇄형 AI와 달리 사업 목적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신세계그룹은 전력 용량 250MW 규모의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룹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에이전트 AI' 도입이다. 에이전트 AI는 단순 질의응답에 그치는 기존 추론형 AI를 넘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형태의 AI를 의미한다. 예컨대 식단 추천을 넘어 사용자의 선호와 목적에 맞춰 상품을 선택하고 주문·결제까지 수행하는 방식이다.
신세계그룹은 나아가 '리테일 AI 풀스택(Retail AI Full-Stack)'을 구축해 재고관리와 물류·배송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B2B(기업간거래)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은 이번 신사업 추진에 대해 "AI는 산업과 경제 그리고 인간의 삶 전반을 변화시키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리플렉션 AI와의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은 신세계의 미래성장 기반이자 국내 AI 생태계 고도화에 기여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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