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중국 증시가 올해 글로벌 주요 지수 가운데 한국만큼이나 가파른 반등을 기록하고 있다. 본토와 홍콩을 합친 핵심 지수들은 미국을 웃도는 수익률을 내면서 투자가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중 협상 이슈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든 기회를 노리라고 조언한다.
박상준 초상증권(CMS) 한국법인 이사는 25일 "올해 급등 이후 조정은 차익실현의 성격이 강하다"며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과 2027년 당대회를 앞둔 유동성 확대 그리고 AI·하드테크 중심의 15차 5개년 계획을 감안하면 지금 구간은 (재상승을 위한) '2막'을 준비하는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박 이사는 리딩투자증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에서 기관·리테일 대상 해외주식 영업을 담당했다. 이후 키움증권을 거쳐 2016년 초상증권 한국법인에 합류했다. 현재는 중국·홍콩 주식 브로커리지와 기관투자자 대상 리서치, 국내 증권사와의 DMA(Direct Market Access) 협업, 자문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한국은행·국민연금·KIC(한국투자공사) 등 주요 기관과 중국·홍콩 주식 거래를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박 이사는 올해 중국 증시 흐름을 '기술주 중심의 강세장'으로 규정했다. 항센테크, 과창판 등 기술주 대표 지수는 코스피보다 더 많이 오르기도 했다. 다만 한국 투자자 관심이 국내 증시에 쏠린 탓에 체감도가 낮았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이슈 이후 증시 조정이 나오면서 '또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다만 이번 조정을 추세 하락 전환이 아닌 1차 랠리 이후 숨고르기로 봤다. 배경에는 지난 몇 년간 진행된 미·중 패권 경쟁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 기업 구조 변화가 깔려 있다. 트럼프 정부 1기 때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무역 제재 강도와 방식 자체가 변수였지만,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수출 구조를 상당 부분 바꿨다. 미국향 수출 비중이 줄었고 AI·하드테크 같은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AI 분야에 대한 평가는 더 직설적이다. 박 이사는 "중국 AI가 미국보다 앞서거나 뒤처진다는 논쟁 자체는 큰 의미가 없고 중요한 건 속도"라며 "중국은 딥시크(Deepseek) 등장 전까지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빠르게 캐치업을 했고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등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중국이 가진 제조업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의 유동성 측면에서는 2027년 열리는 21차 당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5년마다 당대회를 열고 있다. 당대회에서 지난 5년 공적을 정리하고 향후 5년 발전 계획을 발표하는 수순이다. 보통 당대회 2년 전부터 중국 정부는 유동성을 푸는 경향이 있다.
민간 자금 동향도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 박 이사는 "지난 3년간 부동산과 증시가 동시에 부진하다 보니 중국 개인들은 예금과 MMF로만 몰렸다"며 "하지만 작년 9월 이후 증시가 반등하면서 돈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졌다"고 짚었다. 다만 아직도 본격적인 개인 자금의 증시 유입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용거래 잔액은 2014~2015년 강세장 수준까지 늘었지만 전체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액 비율은 당시 20%대에서 현재 10% 미만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참고 지표는 인민은행의 자금 배분 선호도 조사다. 중국 인민은행이 매 분기 소비·저축·투자 3가지 항목으로 설문을 하는데 최근 몇 년간 소비는 평이하고 저축은 꾸준히 상승했다. 투자는 오히려 하락 추세다. 그는 "과거 2014~2015년,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동성 장세 때는 투자선호가 급격히 올라갔다"며 "아직 그 그림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예금으로 쌓아둔 자금이 증시로 본격 유입되기 전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기조 변화에 따라 구조적인 기관 자금 유입도 변동성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보험사 신규 보험료의 30%를 본토 주식에 투자하도록 가이드하고 있고, 실제로 보험사 운용 자금 내 주식 비중은 8% 수준까지 상승했다.
또 하나의 축은 이른바 '국가팀'이다. 회금공사를 필두로 한 자산운용사들이 국가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팀은 정부 가이드에 따라 증시 하락 시 주식형 ETF를 매수하는데 올해 4월 트럼프 전 대통령 관세 발표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을 때 중국 주식형 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하방을 지지하기도 했다. 더이상 과거처럼 증시 급락을 방치하는 구조는 아닌 셈이다.
중국 증시의 변화 속에서 박 이사가 꼽는 1순위 섹터는 단연 AI 하드테크 밸류체인이다. 그는 "중국 AI 섹터에서도 소프트웨어보다는 PCB, 광모듈 같은 하드테크가 더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술력이 이미 글로벌에서 검증된 기업들이 많아 내년부터는 중국 내 데이터센터 증설 수혜까지 같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이오테크·헬스케어에 대한 시각도 흥미롭다. AI 쪽에서 딥시크 등장 이후를 'Deepseek Moment'라고 부른다면 중국 바이오테크는 2018~2019년에 이미 그 시기를 한 번 지났다는 게 중론이다. 당시 홍콩·본토 IPO를 통해 자금 조달이 이뤄졌고, 이후 신약 파이프라인을 상당히 쌓아놓은 상태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선 중국 바이오 기업이 합리적인 가격의 인수합병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박 이사는 "중국은 임상 기준을 미국 FDA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기준만 충족하면 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가져갈 수 있게 제도를 바꿔 놓은 상태"라며 "올해 2분기 중국 바이오 관련 종목 중에는 주가가 두세 배 오른 사례도 적지 않았으며 이런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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