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부과되기 시작한 미국 자동차 관세 25%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7월 한미 협상에서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양국 입장차로 타결이 3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협상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된다. 딜사이트는 관세 기로에 선 현대차그룹의 사업과 향후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관세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가 한미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온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업계는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될 경우 약 1조~2조원의 수익성 방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 우려했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 된다. 일각에서는 관세 관련 부담액만 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지 생산 확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한미 정상회담서 관세 15% 인하...수익성 개선과 가격 경쟁력 확보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날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했다. 한미 정상이 만나는 것은 올해 8월 미국 워싱턴DC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다.
회담에선 한미 관세 협상 관련 후속 조치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한미 양국은 올해 7월 관세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기존 25%는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올해 4월 무역법 232조를 근거로 들며 수입차 제품에 대해 상호 관세 25%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관세가 15%로 내려갈 경우 수익성 방어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질 경우 2026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약 2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대차의 연간 미국 수출 물량(평균 약 63만대)과 차량 한 대당 평균판매단가(약 2만6000달러)에 인하되는 관세율을 적용하고, 가격·인센티브 조정 등 현실적인 요인을 일부 반영한 결과다. 기아 역시 같은 조건(평균 40만대, 2만4000달러 적용)에서 1조6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된다.
관세 인하는 현대차·기아의 현지 가격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9월 일본과 유럽연합(EU) 관세가 각각 15%로 낮아지면서 한 달 넘게 현대차·기아는 불리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에 관세 역전으로 인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차와 일본 차의 가격은 역전됐다.
실례로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기본형 판매가는 2만2125달러로 경쟁 모델인 토요타 코롤라(2만2725달러)보다 저렴하지만, 새 관세율을 적용하면 엘란트라는 2만7656달러, 코롤라는 2만6133달러로 뒤집힌다. 투싼 역시 2만9200달러에서 3만6500달러로 경쟁 차량인 토요타 라브4(3만4270달러)보다 비싸진다.
◆ 관세 장기화에 3분기 실적 비상...현지 생산 확대가 해결책
다만 한미 양국의 입장 차가 커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타결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APEC을 계기로 타결을 기대하기엔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29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관세 부담은 이미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282억원, 7860억원 감소했다.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는 3분기에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관세 영향을 온전히 받는 3분기에는 더 큰 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2조6747억원, 2조4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3%, 16.4%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25% 관세가 유지되면 현대차·기아가 짊어질 관세 관련 부담 비용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그동안 관세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 흡수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그런 만큼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통한 비용 투입은 필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4년 미국 내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연간 관세 비용이 약 8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수입 판매 물량, 관세율, 차량 평균 거래가격(ATP), 그리고 ATP와 관세 부과 기준이 되는 선적가격 간의 차이를 반영한 계산 결과다.
이 같은 규모는 토요타(6조2000억원), 제너럴모터스(GM·7조원), 폭스바겐(4조6000억원)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판매량 중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물량이 더 많은 탓이다.
업계는 관세 대응책으로 현지 생산 능력 확충을 꼽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지금 미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 FTA로 관세가 0%였던 것이 이유 중 하나"라며 "4월부터 부과된 25% 관세가 지속될 때는 결국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올해 말과 내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엔 현지 생산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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