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앞다퉈 보장성보험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릴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어 고민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5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올해 연간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 목표를 2조원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4882억원의 신계약 CSM을 확보했다. 단순 계산으로 분기당 500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보장성보험 판매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최근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도 건강보험 시장에서 경쟁 심화가 예상되나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의 적극 출시와 상품 수익성 제고 등을 통해 신계약 CSM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FRS17에서는 CSM 잔액이 많을수록 미래 수익도 커지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신계약 CSM 확대를 통해 실적 안정성과 미래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 한다. 특히 보장성보험은 계약 유지 기간이 길고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신계약 CSM을 쌓는 데 유리한 구조로 평가된다.
CSM은 보험사 회계기준이 IFRS17로 바뀌면서 새로 도입된 계정과목으로 미래에 보험계약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의미한다. 신계약 CSM은 해당 연도에 새로 체결된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미래 이익으로 CMS 잔액 증가의 요인이 된다.
문제는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릴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보장성보험 계약을 체결하면 미래 이익이 커져 CSM이 증가하지만 해약 시 지급해야 할 환급금에 대비해 더 많은 준비금을 쌓아야 해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커지면 주주환원 정책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법정준비금으로 분류돼 배당 가능 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배당 가능 이익은 순자산에서 자본금, 법정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뺀 금액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커질수록 배당 여력은 줄어든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이러한 회계 구조 탓에 지난해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올해도 해약환급금준비금 확대에 따라 배당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공통의 시각이다. 상장사로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를 외면하긴 어려운 만큼 한화생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해지 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 IFRS17 도입과 함께 신설된 항목이다. 이 제도에선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데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경우 보험사는 그 차액만큼을 별도로 쌓아야 한다. 해지 시에도 계약자에게 약속한 환급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장성보험은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작아 시가평가된 부채가 낮게 산정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해약환급금과의 차이가 커지고 그만큼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모도 커진다. 즉,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는 CSM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동시에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도 키우는 셈이다.
한화생명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에서 해법을 모색중이다.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밸류업 기조에 맞는 제도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킥스 비율 수준에 따라 준비금 적립 의무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제도가 현실화되면 주주환원 여력이 늘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해당 제도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장치지만, 배당은 주주환원을 위한 주식회사의 책무"라며 "소비자 보호와 주주환원이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적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달 16일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 노건엽 보험연구원은 "비상위험준비금(해약환급금준비금)의 취지와 배당·법인세 영향 등을 고려해 적립 한도를 재산출하고, 활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