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네 번째 IPO(기업공개)에 도전하는 SK엔무브가 본격적인 상장 절차 돌입을 앞두고 변수에 직면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 전 사전협의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보다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해서다. 이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구주매출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내달 중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최근 진행한 예비심사 사전 미팅에서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일정이 늦어지는 모습이다.

SK엔무브는 공모주 상당수를 기존 주주인 SK이노베이션과 재무적투자자(FI)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구주매출로 채울 계획이었다. 실제로 올해 초 RFP(입찰제안요청서) 배포 당시 SK엔무브는 전체 공모 물량 중 구주매출 비중을 60~70%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엔무브의 지분 구조는 현재 SK이노베이션 70%, IMM PE 30%다. 2021년 IMM PE의 크레딧 부문 자회사인 ICS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코솔루션홀딩스에 SK엔무브 주식 1600만주(40%)를 매각했으나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콜옵션을 통해 주식 400만주(10%)를 다시 매입했다. 매각 당시 5년 내 IPO를 약속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SK엔무브의 IPO 기한은 2026년 7월이다.

하지만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방안을 보다 명확히 요구하면서, 구주매출 비중이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구주매출 비중이 50% 또는 그 이하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가치를 더 중시하면서 IPO 자금도 신규 투자금으로 회사에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주매출은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FI나 모회사가 구주매출로 투자 회수에 성공하지만, 공모자금이 회사에 신규로 투자되지 않는 점이 신주 발행에 비해 단점으로 꼽힌다. 상장 시 기업가치 산정에도 이러한 사항이 반영된다.

거래소는 그동안 코스피 상장 기업의 공모 구조에서 구주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사례에 대해 명시적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암묵적으로 FI 구주매출 비중 50% 정도를 한도로 판단했다. 다만 SK엔무브가 이러한 한도에 맞춰 기존 계획보다 구주매출 규모를 줄일 경우,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할 수 있는 현금도 줄어들 수 있다.

SK엔무브는 앞서 세 차례 상장을 시도했지만 시장 상황과 기업가치 산정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올해 네 번째 도전에 나서는 가운데, 공모 구조를 둘러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SK엔무브는 기존 주주 회수 목적이 뚜렷한 IPO로, 회사 성장보다 회수가 중요한 케이스"라며 "이 때문에 여러차례 상장이 시도된 만큼, 일정 규모 이상 구주매출 비중을 크게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