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차장]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장의 불안은 금융시장에 번질 후폭풍 규모였다. 국회가 4일 오전 4시30분 해제안을 의결하면서 긴박했던 정황은 일단락했지만 그걸로 끝일 수는 없다. 당장 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했다. 관건은 충격의 크기였다.
시장의 흔들림은 다행히 우려보다 작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종가대비 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쳤다. 출발은 전날 종가대비 1.97% 내린 2450.76였고, 장중 2%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약세를 피하진 못했지만 개장 여부도 불투명했던 직전 상황을 감안하면 안정세를 찾았다는 평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410.1원로 마감했다. 1418.10원으로 출발해 장중 1410원대 안에서 움직임을 지속했다가 소폭 하락했다. 간밤 환율은 급작스런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가파르게 치솟았다. 1430원선, 1440원선을 연달아 뚫으며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계엄 선포 후 F4(최상목 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김병환 금융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긴급 회의를 거쳐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우선 밝히며 심리 회복에 주력했다.
구체적 방안도 빠르게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총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 안정펀드,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시장 안정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은행은 외화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안정화 조치 방안으로 내놨다.
이날 하루의 금융시장 움직임을 보면 경제·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시장 불안감을 어느정도 덜어내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간밤 환율의 경우 비상계엄 해제 선언 이전부터 하락세를 그렸다. 환율이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 이후 하락했다 다시 오름세를 보인 만큼 금융당국의 대응이 나름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안도감은 단발적이다. 후폭풍은 줄였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가중은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조만간 있을 탄핵소추안 표결은 국가 불안정을 상징하는 이벤트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가결이든 부결이든 결과는 당장 중요치 않다. 금융시장에는 오히려 그 자체가 이미 악재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사태가 국가신용등급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간밤의 사태만 놓고 봤을 때의 평가다. 장기화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피하긴 어렵다. 유·무형적인 대외 신인도 하락 역시 회복이 어렵다. 금융시장에 불신은 가슴에 꽂힌 비수와 같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상황을 '경솔한 한밤 중의 해프닝'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불어닥칠 나비효과는 해프닝 그 이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세운 밸류업도 동력을 잃을지 모른다. 불과 6시간 남짓한 비상계엄 사태가 금융시장이 그동안 쌓아놓은 공튼탑에 지워지지 않을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앞으로가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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