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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 철회' 고심하는 고려아연…내주 재논의
최유라 기자
2024.11.08 17:50:23
이사회 열고 장시간 논의했으나 결론 못내…반격카드 마련 여부 주목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16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을 놓고 고려아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대해 시장의 반발이 심하고 금융당국의 눈치도 적지 않아서다. 다만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철회할 경우 MBK파트너스·영풍과 지분격차를 좁힐 결정적 카드를 하나 잃게 된다. 임시 주주총회가 빠르면 내달 말 열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하루빨리 지분 격차를 좁혀야 하는 고려아연 입장에선 유상증자 카드를 버리긴 아까운 실정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추진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주 이사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8일 오전 실적 및 주요 사업계획을 점검하기 위한 정기 이사회를 열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경영성과와 실적을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사업전략을 세우기 위해 정기이사회를 연다. 


주목할 점은 이날 이사회에서 실적 및 사업계획보다 유상증자 관련 사안에 대한 논의가 더 비중 있게 다뤄졌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추진에 따른 시장의 부정적 반응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이사회는 두 시간 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고려아연은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비판에도 유상증자 절차상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주당 67만원에서 신주 373만2650주를 발행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내용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받으면서 조심스럽게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한도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고려아연 IR부서에서 최근 여의도내 증권사와 기관 투자자들을 만나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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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철회하려면 다시 이사회를 열어 종전 이사회 결의를 철회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시장의 의견을 청취한 후 내주 이사회를 열고 관련 사안을 재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철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처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는 건 지분경쟁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공개매수로 38.4%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기존에 보유한 지분 34.05%에 '우군' 베인캐피탈 공개매수 인수 지분 1.41%를 더하면 총 35.46% 수준이다. MBK파트너스 측과의 차이는 3% 남짓이다. 만약 유상증자가 원안대로 통과하면 최윤범 회장 측은 최소 4%(우리사주조합 물량)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 MBK파트너스·영풍과의 표대결에서 불리해진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고려아연을 압박하고 있다.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 이득홍 전 서울고검 검사장 등 1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은 영풍이 신청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27일 오후로 정했다. 통상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은 심문기일 한 번으로 종결된다. 법원은 심문기일을 마친 뒤 양측에 준비서면 제출 기간을 1∼2주 정도 더 주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법원이 인용을 결정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중으로 임시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윤범 회장 측은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에 유상증자를 추진해 지분을 확보하거나 지분격차를 좁힐 새 반격 카드를 내세워야 한다. 더불어 고려아연 지분 7%를 가진 국민연금의 표심에도 주목된다. 아직 MBK파트너스·영풍의 지분이 최윤범 회장 측을 완전히 압도하지 못한 만큼 국민연금이 누구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시장에서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 중"이며 "유상증자 추진 계획 등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으로 현재로선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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