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고려아연이 ㈜한화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 자충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략적 제휴를 위해 사들인 지분을 일방적으로 매각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한화 3세의 승계와 직결되는 지분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도 모자란 판국에 되레 헐값에 넘긴 건 배임의 소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 7.25%(543만6380주)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하기로 했다. 주당 가격은 2만7950원으로 총 1520억원 규모다.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은 가격이다. 고려아연은 ㈜한화 지분을 매각하면서 약 49억원을 손해 봤다. 지난 2022년 11월 전략적 제휴를 위해 지분 스왑할 당시 사들인 가격은 주당 2만8850원이었다. 2년 전보다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한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공개매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 손실액은 더 크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7월 고려아연 지분을 주당 3만원에 매수하겠다고 했었다. 당시 지분을 팔았다면 고려아연은 지금보다 111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가장 문제되는 건 ㈜한화 지분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지 못하고 헐값에 매각했다는 점이다. IB업계는 고려아연이 가지고 있던 ㈜한화 지분은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승계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한화 오너일가는 그동안 직접 또는 계열사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를 지배해 왔다. 보통주 기준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2.65%, 한화에너지 14.9%,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4.91%, 북일학원 1.83%,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2.14%,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2.14% 등 총수일가 지분율은 48.57%였다.
여기에 이번에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받은 ㈜한화 지분 7.25%를 합치면 지분율은 55.83%로 늘어난다. 오너일가 지분만으로 과반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됐고 확실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게 됐다.
고려아연 지분이 한화에너지로 넘어갔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3세 승계 관점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 김 사장, 김 부사장 등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이 늘어났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가진다. 오너 3세의 그룹에 대한 직접 지배력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해당 거래를 완료하면 김 부회장 등 삼형제가 보유한 ㈜한화 지분은 31.34%로 늘어나게 된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 곧바로 '한화 3세→한화에너지→㈜한화→한화그룹' 지배구조에 힘이 실리는 구조가 된다.
이처럼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은 경영권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가진 지분이다. 통상 지배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지분에 대해서는 프리미엄 가치를 매기는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빠졌다고 IB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아야 할 지분인데 고려아연은 오히려 손실을 보고 팔았다. 자충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해석에 따라 법적으로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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