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경동제약이 과도한 차입 부담에도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체질개선을 통해 향후 자체신약 개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금창출력 대비 투자 부담이 현저히 크면서 유동성 약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경동제약의 보유현금은(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 385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1년 내 상환해야하는 부채인 단기차입금과 기타유동채무, 기타유동부채는 각각 538억원, 208억원, 10억원으로 총 756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96억원에 그쳤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마이너스일 경우 영업으로 벌어 들인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주목할 부분은 부채 부담과 현금창출력 약화에도 경동제약이 오히려 외부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기준 타법인 출자액은 61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바이오벤처로의 투자가 늘었다. 최근 2년간 신규 출자한 기업을 살펴보면 ▲피코이노베이션 ▲케이아이바이오 ▲패스웨이-로프티록 글로벌 신기술조합 1호 ▲야나두 ▲프렌드신기술사업투자조합49호 ▲아울바이오 ▲레티튜 ▲아이엠디 신기술조합 2호 등 8곳 중 6곳이 바이오벤처다.
기업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경동제약은 ▲의약품 도·소매업 기업 피코이노베이션 10억원 ▲서방형 캡슐 제형 연구소기업 케이아이바이오 3억6000만원 ▲신약 개발 투자 패스웨이-로프티록 글로벌 신기술조합 1호 3억원 ▲신약 개발 투자 프렌드신기술사업투자조합49호 20억원 ▲약효지속형 바이오의약품 개발 벤처기업 아울바이오 30억원 ▲AI 등 전략적 투자(SI) 펀드 아이엠디 신기술조합 2호 3억5000만원 등을 투자했다.
최근 2년간 투자한 기업을 제외하고도 경동제약은 현재 24개의 기업에 출자 중이다. 다만 스마트케이나인 주식회사·킹고투자파트너스·스마트 대한민국 경동킹고 바이오펀드·한국단자공업·환인제약 등은 처음 투자금액 대비 현 장부가액이 더 낮은 상태다. 이에 올 상반기 기준 경동제약의 지분법이익은 5억원으로 전년 동기 28억원 대비 축소됐다.
경동제약이 빠듯한 재무여건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는 건 체질개선의 일환인 오픈이노베이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경동제약은 개량신약 매출고를 올려 향후 자체신약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약효지속형 바이오의약품 개발기업인 아울바이오와의 협약이 대표적이다. 경동제약은 올해 5월 아울바이오와 비만·당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 'AUL009'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경동제약은 앞서 2022년 아울바이오에 20억원을 단순 투자한데 이어 이번 계약으로 1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그 외 회사의 연구개발비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021년 105억원, 2022년 126억원, 2023년 138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8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R&D 연구 인력 확보 등으로 연구개발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가 있다면 추가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차입금의 경우 지난해 세무조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추가적인 차입이나 자금조달 없이 자체 현금흐름 회복 후 상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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