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작은 아버지인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 회장과 함께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종가 기준 257억원어치를 장내 매도했다. 업계에서는 75년 동안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아름다운 이별' 없이 '밥그릇'을 놓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베인캐피털 손실 보전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영풍은 지난 26~30일 최윤범 회장이 총 세 차례에 걸쳐 보통주 3만776주를 매도했다고 4일 공시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영풍 주식 수는 지난 6월 말 4만235주에서 8449주로 대폭 감소했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26일 1만9974주, 27일 9965주, 30일 837주를 매도했다. 매도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114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최창영 명예 회장도 영풍 주식 2만1109주(27일 1만5000주, 30일 6109주)를 매도했다. 매도일 종가 기준 77억원어치다. 최 회장과 합치면 192억원어치를 매도한 셈이다. 다만 최 명예 회장의 경우 아직 영풍 보통주 3만8482주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최창영 명예 회장과 최윤범 회장은 지난달 25일에도 각각 영풍 주식 1만6708주와 1010주를 매도했다. 현재 두 사람의 영풍 지분율은 2.55%(4만6931주)다.
최 회장 측의 이번 주식 처분은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과의 특수 관계가 해소된 데 따른 수순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 지분 확보에 맞설 대항 매수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사재 활용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 위원은 "장 씨 일가가 영풍 지분 50% 이상을 쥔 상황이라, 최 씨 일가가 미미한 지분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영풍정밀 등 우호 지분 확보에 수백억원이라도 십시일반으로 보태겠다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베인캐피털 손실 보전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계 사모 펀드인 베인캐피털이 최 회장 측에 서서 고려아연 공개 매수 투자자로 나서기로 했지만, 현재 시세보다 크게 높은 고려아연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올 경우 주식 시장에서의 매각은 불가해지므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편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의 영풍 주식 매도는 개인의 자산 처분이므로 기업 차원에서의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회장의 영풍 주식 처분은 고려아연 회장으로서 한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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