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LG이노텍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FC-BGA(플립칩 볼그레이드 어레이) 신공장을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르면 올해 8월, 늦으면 10월께 의미있는 수준의 매출 달성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대형고객사의 품질 테스트(QC)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통과를 못해 대량 양산 승인을 못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모회사인 LG전자 등에 우선 납품을 진행해 레퍼런스를 만든 후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받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2년 2월 FC-BGA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같은 해 6월 경상북도, 구미시와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LG이노텍은 구미 4공장(LG전자 A3공장) 인수를 포함해 구미 사업장에 2023년까지 모두 1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1조4000억원에는 카메라모듈 투자와 공장 인수, 4130억원의 FC-BGA 제조시설 구축 등이 포함됐다.
LG이노텍은 구미 F1 신공장을 구축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FC-BGA 제품 양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다소 밀리면서 올해 1분기부터 가동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는 제품은 네트워크, 디지털TV, 모뎀 등 로우엔드 제품군이다. 현재 LG이노텍의 FC-BGA 분기 매출은 100억~200억원 수준으로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이 FC-BGA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인텔, AMD, 엔비디아, 애플 등 하이엔드 제품을 만드는 대형고객사의 제품을 수주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전언이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기는 국내에서 FC-BGA 선두주자로 2022년 하반기부터 AMD와 손을 잡았으며 올해 2분기 추가로 제품 승인을 받았다. 이후 고성능 컴퓨팅(HPC, High-performance computing) 서버용 FC-BGA 공급 계약을 맺고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기는 반도체기판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금액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부산과 베트남 신공장을 첨단 하이엔드 제품 양산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6년까지 서버, AI, 전장, 네트워크 등 고부가 FC-BGA 제품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형고객사들이 발주를 줄 때 모델별로 주는데 국내 PCB 전문업체인 코리아써키트는 미국 브로드컴 수주를 많이 하고, 삼성전기는 AMD 제품을 많이 한다"면서 "라인 투자를 하기 전에 수주를 받고 진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LG이노텍이나 대덕전자 등 유보자금이 늘어나자 미리 선제적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꾸준히 대형고객사의 제품을 수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서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후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이르면 8월, 늦어도 10월께 의미있는 수준의 매출 달성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형 고객사로부터 품질 승인을 받는 중이라 이러한 일정을 공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9월이 되도록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는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최근에는 LG전자 TV제품에 LG이노텍의 FC-BGA 사용이 검토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의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LG전자와 레퍼런스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LG전자에 납품하는 TV용 FC-BGA도 상대적으로 로엔드 제품으로 분류돼 PC용과 서버용 FC-BGA 등 하이엔드 제품 수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도 삼성전기와 같이 FC-BGA 기판 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솔더볼 범핑 공정 장비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FC-BGA 기판에서 솔더볼이 누락되는 불량이 발생할 경우 전량 기판을 폐기해야하지만 최근에는 다원넥스뷰가 세계 최초로 리페어가 되는 장비를 개발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기 역시 리페어 장비를 통해 대형사 수주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앞선 관계자는 "FC-BGA의 경우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이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4위인 삼성전기가 AMD를 수주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며 "대형고객사들은 발주를 하면서 60~70%는 기존 상위 업체에 맡기고 나머지 20~30%를 후발업체들한테 배분하는데 LG이노텍은 그 시장을 노려야된다"고 밝혔다.
한편 LG이노텍 측은 최근 엔시스와 협력,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FC-BGA 생산 공정의 램프업(양산 초기 수율 향상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등 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율이동로봇(AMR) 기반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을 쏟는 중이다. 딥러닝 도입으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향상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LG전자 등 로우엔드 제품군에서 레퍼런스를 쌓은 뒤 IT 수요가 본격적으로 급증할 2026년, 2027년에는 하이엔드향 공급을 본격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에 추가투자도 진행해 2025년과 2030년에 각각 최대 5000억원, 1조원 규모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박지환 LG이노텍 CFO(전무)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디지털 제조공정 혁신과 생산운영 효율화를 지속 추진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 제품 중심 사업을 강화해 수익 기반 성장을 꾸준히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