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광학부품 전문기업 '옵트론텍'이 투자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자본시장 내 활발한 투자 활동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지난해부터 투자자산을 정리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옵트론텍의 본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있는 데다 최근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최상호 대표가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한 게 변화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동안 투자 활동을 이끌었던 임지윤 대표가 경영에서 손을 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트론텍은 지난 2015년 아이쓰리시스템 지분 매각으로 39억의 수익을 올리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현재까지 약 40개에 가까운 법인에 출자하는 등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2년 MP대산(미스터피자 운영사) 인수로 M&A 업계에 이름을 알린 옵트론텍은, 지난해 팹리스 기업인 웰랑 지분을 웰투시인베스트먼에 매각해 200억원의 수익을 올리자 '본업보다 투자를 더 잘하는 기업'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옵트론텍의 세부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단순 지분투자부터 업무상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인수합병(M&A)까지 광범위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옵트론텍은 투자 전반에서 지속적인 손실을 내고 있다. 취득원가와 공정가치를 고려한 옵트론텍의 관계기업 투자 손실률은 2022년 39%에서 2023년 65%, 올해 1분기 71%로 늘었다. 투자 대상과 규모에 변화가 있었지만, 지분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손실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과거 옵트론텍의 지분투자를 살펴보면 '아픈 손가락'이 많다. 엔시트론은 지난 2020년 말 150억원까지 투자금을 늘렸지만 지분가치가 32억원까지 줄면서 현재 상당수 지분을 처분했다. 에스디옵틱스 역시 최근 투자금을 73억원까지 늘렸으나 올해 1분기 기준 지분평가액이 15억원으로 쪼그라들며 80%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이 밖에도 지난 2021년 해성옵틱스의 270억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약 65억원을 투자한 오에이치 얼머스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는 올해 기준 공정가치가 약 2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MP대산에 투자했던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1호 역시 현재 기준 가치가 17억원으로, 취득원가인 78억원에 비해 약 78% 하락했다.
이 같은 옵트론텍의 투자는 시장 참여자 즉, 투자자에게 '리스크'로 간주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옵트론텍은 지난해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 5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2022년 대비 흑자전환했고, 같은 기간 매출 규모도 15% 성장시켰지만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 2021년 7월 1만400원이었던 옵트론텍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3~2024년 3000~4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해부터 옵트론텍의 투자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특히 가외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업게에서는 투심을 회복하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옵트론텍의 '본업'인 광학 필터와 프리즘 부품 등에 대한 산업 전망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투자 리스크가 해소되면 시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옵트론텍의 투자자산 규모는 지난 2022년 575억원에서 올해 1분기 373억원으로 줄었다. 구체적으로 옵트론텍의 관계기업 투자는 200억원에서 61억원으로, 관계기업 수는 16곳에서 11곳으로 감소했다. 이 밖에 전환사채(CB) 등 파생상품 투자는 230억원에서 174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그동안 옵트론텍의 가외 투자를 이끌었던 임지윤 대표가 물러나고, 최상호 대표가 신규 취임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옵트론텍의 전장향 매출 전망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표 교체는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기업 자체의 성장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옵트론텍은 지난 몇 년간 기존 투자 자산에 대한 정리를 진행해 오며,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현재 남아있는 투자분에 대한 장부상의 손실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겠지만,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옵트론텍에 수 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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