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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못 모은 퓨리오사에…나랏돈 4000억 집행
김규희 기자
2026.06.05 07:50:16
리벨리온·업스테이지 땐 민간 1대1 매칭, 이번엔 선제지급 …시장검증 유명무실 우려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4일 11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퓨리오사AI 이미지(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국민성장펀드가 민간재원 1에 나랏돈 1이라는 기존 원칙을 깨고 퓨리오사AI에 4000억원을 선집행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 직접 투자를 결정했던 리벨리온이나 업스테이지 때와 달리 특혜로 보이기까지 하는 공적자금 집행의 절차와 규모가 일반적인 상식 밖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는 지난달 28일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퓨리오사AI에 약 8000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승인했다. 이번 자금 지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 3700억원과 산업은행 본체 자금 300억원을 결합해 총 4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먼저 투입하는 구조다. 나머지 4000억원은 네이버 한국투자파트너스 산은캐피탈 우리지주 한화자산운용 등 민간 투자자 몫으로 배정되어 현재 자금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투자 절차의 선후관계 설정이다. 4000억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 전제조건으로 당초 국민성장펀드는 민간의 4000억원 투자확약서(LOC)를 요구했다. 민간에서 퓨리오사의 기술이나 상업성이 충분한 지를 평가해 투자를 확약한 이후에야 공적자금을 줄 수 있다는 기존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결과적으로 이 검증 과정이 생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성장펀드의 자금집행 결정 전까지 두 달 이상 기간을 미뤄줬는데도 불구하고 퓨리오사AI가 이번 의결 과정에서 민간 시장에서 확보한 LOC 규모는 1000억원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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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과거 국민성장펀드가 직접 투자를 집행했던 다른 AI 반도체 스타트업 사례와 대조적이다. 앞서 자금을 지원받은 리벨리온과 업스테이지는 민간 시장에서 자금을 먼저 확보한 뒤 그와 동일한 규모로 정책자금을 1대1 매칭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반면 이번 투자는 민간 확약 자금이 목표액의 4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공적 자금이 우선 확정됐다. 여기에 선후 관계가 뒤바뀐 것을 넘어 확보된 LOC 규모보다 4배나 많은 정책자금 투입이 먼저 결정됐다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투자 승인의 선후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펀드는 고위험 첨단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지만 본질적으로 공적 재원이다. 따라서 시장의 냉정한 평가와 리스크 검증을 거친 민간 자본의 확약이 전제되어야 자금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확약이 1000억원 수준인 기업에 4000억원의 정책 자금을 선제 투입하는 방식은 공공이 투자 리스크를 과도하게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정부 자금 배정이 마중물이 아니라 민간 투자자들에게 검증을 우회한 편승 기회를 제공하는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금 분배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다수의 유망 팹리스 스타트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수십억원 혹은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엄격한 매칭 심사를 거치고 있다. 과거 사례와 다르게 자금 조달의 순서가 바뀐 선승인 형태의 지원은 정책금융 운용의 형평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원 기준의 일관성이 무너지면 정책금융 운용 전반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 대상이 된 퓨리오사AI는 대표적인 국내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다. 1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워보이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2세대 레니게이드 양산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첫 공식 일정으로 직접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업 현장 목소리를 듣고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퓨리오사AI는 현재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기반의 3세대 반도체 스토크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기술력은 인정받았으나 여전히 대규모 매출을 시현하지 못해 본격적인 양산 단계의 자본 공백기(데스밸리)를 지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자금 4000억원 투입이 보장된 만큼 향후 나머지 민간 매칭 자금 모집은 무난히 완료될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 철저했던 민간 매칭 심사 선례를 깨고 정책 자금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에 대해서는 자본시장 안팎에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민간 투자 자금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대규모 정책 자금이 선제적으로 승인이 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성공적인 자금 모집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 규칙을 흔드는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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