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한국벤처투자(KVIC)가 위탁운용사(GP)들에 직접 전화를 돌려 출자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과거 운용사들이 자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던 국내 최대 정책자금 마중물이었으나 초대형 정책펀드의 등장으로 업계에선 경쟁구도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출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GP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공모 참여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태펀드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보였거나 펀드레이징 계획이 없던 루키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연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국민성장펀드를 출범 초기부터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출자자(LP)와 운용사의 시선을 독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다. 이에 비해 이전까지 압도적인 출자 규모로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던 모태펀드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국민성장펀드는 최근 간접투자 1차 부문 출자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공모에 운용사들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부적으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GP들을 상대로 직접 참여를 요청한 것도 이러한 위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모태펀드 예산이 대폭 감액된 점도 경쟁구도를 심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회는 1차 추가경정예산 심의에서 중소기업 모태조합 출자 사업 예산을 정부안 1700억원에서 1100억원을 깎은 600억원으로 확정했다. 문체부 소관 청년 콘텐츠 출자 예산 역시 5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국민성장펀드가 2조4000억원 규모의 1차 출자사업을 마치고 곧바로 1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사업을 추진하는 공격적인 행보와 대조적이다. 정책 자금의 무게추가 국민성장펀드로 이동하는 형국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중기부를 대행해 안정적인 벤처투자 재원을 시장에 공급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예산의 정당성을 증명하려면 배정된 재원을 기한 내에 완전히 소진해야 한다. 공공기관 예산이 직전 연도의 자금 소진율과 성과에 연동된다는 점에서 국민성장펀드로의 자금 쏠림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배경이다. 한국벤처투자 중소벤처업계 활성화를 위해 중진·문화·영화·해양 계정으로 구성된 올해 1차 정기 출자사업을 무사히 마쳤다. 이를 통해 총 2조3207억원 규모의 자펀드가 조성될 예정이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은 선정된 GP들이 민간 매칭 자금을 무사히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시중은행을 포함한 주요 금융권이 국민성장펀드에 대규모 재원을 출자하면서 모태펀드 GP들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민간 조달 시장 여건이 척박해졌다고 진단한다. 반면 국민성장펀드 GP들은 상대적으로 매칭 부담이 덜할 전망이다. 금융권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를 의식해 국민성장펀드 쪽에 우선적으로 출자 확약을 제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모태펀드 간판만으로는 민간 매칭 자금을 채우기 어려워 펀드 결성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하우스가 출자사업 공고가 났을 당시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출자사업에 지원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하지만 대부분 당시 여건이 녹록지 않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벤처투자가 국민성장펀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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