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서 전격 회동한다. 지난해 이른바 '깐부회동'에서 자율주행과 미래 모빌리티 등 큰 틀에서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두 사람은 이번 회동에서 한층 강력해진 전략적 공조 관계를 재확인할 뿐 아니라 기술적 결합을 정교하게 다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오후 전세기편으로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그는 저녁에 정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피지컬 AI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들과 만찬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 회동에도 핵심 파트너로 초대 받았다는 점이다. 앞서 황 CEO는 지난해 10월 방한해 첫 대외 일정으로 정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과 황 CEO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서 '모빌리티 동맹'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두 거물이 공식적인 두 번째 만남에서 다룰 핵심 의제로는 현대차그룹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전 차종 SDV 전환'과 '로보틱스'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꼽히고 있다. 황 CEO가 이달 1일(현지시각) 개최된 글로벌 기술 행사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현대차그룹 차량을 자율주행과 디지털 트윈 협력 사례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설득력을 높이는 배경이다.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와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위상을 높이 평가한 지 나흘 만에 한국을 찾아 정 회장과 독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엔비디아 출신의 박민우 사장을 현대차·기아 차세대모빌리티플랫폼(AVP)본부장 겸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 대표로 전격 영입했다. 시기적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정 회장과 황 CEO가 비공개 만남을 한 직후다.
박 사장은 현대차그룹 합류 전까지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인지 기술 개발 조직을 이끌며 개발 체계 전반을 구축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양산 및 상용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인지·센서 융합 기술 조직을 진두지휘하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의 차량 적용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현장형 핵심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포티투닷은 지난달 엔비디아 출신 자율주행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컴퓨터 비전 전문가인 이희석 상무를 시각·언어·행동(VLA) 모델 연구 분야의 그룹 리더로 추가 영입하며 '엔비디아 친정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상무는 차세대 VLA 모델의 선행 개발을 주도하며 현대차그룹의 독자 자율주행 기술인 '아트리아 AI' 고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7년을 기점으로 전 차종의 SDV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출시되는 신차에 레벨2+ 기술을 적용하고, 내년에는 차세대 SDV 플랫폼 차종에도 레벨2+ 기술을 탑재한다. 2028년에는 레벨2++ 기술을 적용해 고속도로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기아도 '레벨2+' 기술을 적용한 첫 번째 SDV를 2027년 말까지 개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2029년 초까지 고속도로 및 도심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2++'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기아의 첫 번째 SDV 차량에는 SDV 아키텍처 'CODA'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플레오스 커넥트', 차량용 에이전틱 AI '글레오 AI' 등 현대차그룹의 SDV 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가 지난 4월 전방위적 협력으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하드웨어 제조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만큼 글로벌 공룡 간의 동맹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레벨2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현대차·기아 일부 차종에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레벨4 로보택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경우 향후 10년 내 범용 로봇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
이에 정 회장과 황 CEO는 이번 회동에서 AI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도화를 넘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서버급 데이터 처리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의 도입 가속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양사 협업이 사실상 '원팀' 수준의 유기적 결합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황 CEO는 오는 8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을 방문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모델링을 마친 현대차그룹 본사 건물에 전시된 다양한 로봇을 보면서 피지컬 AI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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