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롯데그룹이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인 울산에서 추진해온 대형 개발사업을 결국 포기했다. 그룹 내 상징성이 큰 지역의 프로젝트마저 정리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롯데그룹의 유동성 등 재무건전성 문제가 민낯을 드러냈다는 시장 평가다.
롯데쇼핑은 앞서 3월 말 지분 98.81%를 보유한 롯데울산개발에 600억원을 출자했다. 해당 자금은 롯데울산개발의 청산에 앞서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조달된 것으로, 롯데쇼핑으로서는 회수 가능성이 없는 자금이 유출된 셈이다.
롯데울산개발은 2016년 2월 KTX울산역 일대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롯데쇼핑(98.81%)과 철도공단이 지분을 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울산개발을 통해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읍 신화리 1602 일대 7만5480㎡ 부지에 환승시설과 쇼핑몰, 주차장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통·교통·상업시설을 결합한 복합개발 모델을 통해 울산 서부권 거점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은 장기간 표류했다. 상권 규모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고, 부동산 경기 변화와 공사비 상승 등 대외 환경도 악화했다. 롯데 측은 쇼핑몰 규모를 줄이고 주거시설 비중을 높이는 등 사업성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개발 방향을 둘러싼 울산시와의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결국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울산시에 합의금 210억원을 지급하고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시행권을 반납하기로 했으며, 사업 정리를 위해 600억원을 추가로 롯데울산개발에 투입했다. 이로써 2016년부터 약 10년간 추진돼 온 사업은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해당 사업지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생가가 위치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와 가까운 곳이라는 점이다. 대암호 건설로 인해 실제 생가는 수몰됐지만 인근에 복원된 가옥과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별장이 자리하고 있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는 복원된 생가와 직선거리로 5㎞가 채 되지 않고 차량으로도 10분 안팎 거리다.
신격호 창업주가 별세한 2020년만 하더라도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가와 별장 인근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선양사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생가 보존, 기념관 조성과 함께 인근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역시 상징성이 큰 프로젝트로 평가됐다.
롯데 내부에서도 창업주의 고향인 울산을 그룹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담긴 지역으로 인식해왔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복원된 생가 인근에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고향인 울산지역의 발전과 복지사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창업주의 뜻에 따라 2009년 12월에 설립된 곳이다. '고향사랑, 이웃사랑' 이라는 설립취지에 맞춰 울산을 중심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 지원, 사회복지 관련 시설 및 단체 지원, 문화복지 지원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부동산 경기 침체 및 그룹 유동성 위기 등 여파에 결국 수백억에 이르는 추가비용을 감내하면서 울산 개발사업 철수를 택했다. 최근 롯데그룹이 비핵심 자산 매각과 투자 우선순위 재조정에 나서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이 KTX울산역 일대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을 포기한 것은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 철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그룹 역사와 연결된 상징 사업까지 정리 대상에 올렸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한 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철수가 결정된 사안"이라며 "600억 유상증자는 그동안 사업 진행을 위해 일으킨 차입금 상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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