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하나카드가 통합 출범 이후 13년째 한국은행 출신 상근 감사위원을 사내이사로 기용하는 인사 관행을 이어가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거시경제 전문가를 통해 유동성·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정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사회 구조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최근 신임 상근 감사위원으로 최재효 전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장을 선임했다. 1969년생인 그는 성영수 대표이사와 함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팀장과 광주전남본부장을 지낸 대표적인 '통화정책통'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하나카드는 2014년 통합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예외 없이 한은 출신 감사위원을 사내이사로 기용한 '13년 연속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이광준 전 감사위원을 시작으로 조정환·정길영·이정욱 등 역대 감사위원 모두가 한은 출신이다. 사내이사가 단순 감시 기능을 넘어 경영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사 기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행보는 경쟁사들과도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신한카드는 금융감독원 출신, KB국민카드는 감사원 출신 인사를 각각 사내이사로 두며 감독·검사 기능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금감원 은행·비은행소비자보호국 팀장 및 특수은행검사국장을 역임한 박영규 감사위원을 신규 영입했고, KB국민카드는 감사원 제1사무차장 등 주요 보직을 지낸 김경호 감사위원이 재직 중이다.
반면 삼성카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김태선 부사장(경영지원실장)과 디지털 책임자인 황성원 부사장(디지털혁신실 본부장) 등 현업 실무형 임원을 전진 배치해 실행력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구축했다. 하나카드만 유독 '거시경제 전문가 중심' 인사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카드가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대외 변수 대응 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환율과 금리, 경기 흐름 등 거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통해 자금 조달 및 유동성 관리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확산되면서 한은 출신 인사가 결제 인프라 변화와 통화 정책 방향을 읽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급변하는 결제 시장에서 정책 흐름을 반영한 중장기 전략 수립이 중요해진 만큼, 통화 당국 출신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책 대응형 인사'만으로는 현재의 경영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할 때, 실행력을 갖춘 실무형 이사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하나카드는 건전성 지표에서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2025년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74%로, 전업 카드사 가운데 롯데카드(2.1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22년까지 1% 미만을 유지하던 연체율이 2023년 이후 급등해 2%에 근접한 점은 뚜렷한 구조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통상 2%를 넘을 경우 위험 구간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수익성 역시 정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순이익은 2021년 250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4년(2217억원) 반등했지만, 지난해 2177억원으로 다시 소폭 줄었다. 외형 유지에도 불구하고 이익 체력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하나카드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한은 인사'와 '실행력 중심의 실무형 이사회'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재정립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거시 대응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진 만큼 영업·디지털·리스크 관리 현장을 이해하는 인사를 이사회에 보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최재효 신임 상근 감사위원은 상법 및 지배구조법 관련 법규와 가이드라인 등 절차를 준수해 위촉했다"며 "자산건전성 개선에 방점을 둔 리스크 관리 강화 조치를 기반으로 연체율 하락에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올해 나라사랑카드를 중심으로 이용손님 기반을 확대해 결제성 매출 볼륨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9년 하나은행에서 분사한 하나카드는 이듬해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간 지분 합작을 통해 하나SK카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후 2014년 외환은행으로부터 인적분할돼 설립된 외환카드와 '하나카드'로 통합 출범했다. 2022년에는 하나금융그룹이 SK텔레콤의 잔여 지분(15%)을 인수해 하나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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