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조각증권(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가 사실상 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 등 2강 체제로 좁혀진 가운데, 루센트블록이 기술탈취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정성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다각적인 재검토 절차가 불가피해졌지만, 루센트블록이 대형 증권사 대비 자산·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열세를 보이는 만큼 최종 결과를 뒤엎긴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루센트블록의 발행·유통 병행 가능성과 컨소시엄 꼼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승률이 낮은 싸움"이란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허세영 대표는 "발행 부문은 포기하고 유통만 신청한 상황이며, 컨소시엄 및 투자벤처 차원에서 지분관계 등에 따른 꼼수 여지가 전혀 없다"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추후 넥스트레이드 측의 기술탈취 의혹 소명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제도권 편입 앞두고 '탈락 위기'… 위청이는 루센트블록
6일 업계에 따르면 루센트블록은 201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인 허세영 대표가 설립한 프롭테크·핀테크 기업이다. 비수도권 스타트업으로선 유일하게 '금융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선정된 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해 왔다. 이러한 혁신·사업성을 앞세워 50만명의 고객과 300억원대의 누적 투자액을 유치했다. 특히 7년여간 무사고 운영을 펼쳐오면서 금융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요 당국들로부터 다수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STO 산업군이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면서 파열음이 일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열고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컨소시엄을 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증선위 결정대로라면 조각투자 시장 선구자인 루센트블록은 탈락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루센트블록 측은 "시장 생태계를 최초로 조성해 온 만큼 기술·사업성에서 뒤처질 리 만무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편에선 "스타트업이 아닌 대형 증권사가 안정적인 기술·운영성을 입증해 나갈 것이란 판단이 주효했다"는 후문도 있다. 무중단 운영 및 보안관제 시스템이 24시간 최고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스타트업의 기술력 및 물적설비가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일 것이란 이유다.
◆루센트블록 '발행·유통 병행' 논란 일축…컨소시엄 꼼수 의혹도 부인
심사기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선 "루센트블록이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가점을 목표로 허 대표 지분관계를 활용해 꼼수를 썼고, 추후 발행·유통도 함께 진행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조각투자 수익증권의 발행·유통 주체를 분리하기로 하고, 발행 혹은 유통 업무 중 한 가지에 대해서만 인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루센트블록은 "모든 심사준비 과정은 금융당국 및 중소벤처기업부와의 협의 하에 진행됐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일축했다. 허세영 대표는 "루센트블록은 부동사 운용사·펀드 개념이 아닌 자산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당국 규제 이후 발행 부문을 과감히 포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관련 의혹에 대해선 "컨소시엄 내 개인투자조합인 한국사우스폴벤처투자펀드는 벤처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적법한 투자조합"이라며 "인가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금융당국에 상세히 설명했으며, 금융위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벤처투자펀드에 들어가 있는 지분이 1도 없다. 구성 과정에서 중기부 측도 문제가 없다고 확인해 준 사안"이라며 "일부 개인 투자조합 구성 당시 절차상 1% 미만의 지분이 들어가긴 했지만 영향력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합주들도 있지만 지분관계 등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 탈취·전관예우 의혹에 번지는 장기전 양상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기술 탈취' 가능성이다. 앞서 허 대표는 넥스트레이드가 과거 루센트블록 컨소시엄 합류를 검토하겠다는 명목으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뒤 내부 정보를 취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 컨소시엄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 탈취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 측은 "중요 정보를 포함한 자료가 아니었다"고 반박했지만, 정보 획득 및 컨소시엄 구축 시점 등 정황에 비춰볼 때 의혹에서 온전히 자유롭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넥스트레이드 수장인 김학수 대표가 금융위 고위관료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전관예우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주장한다. 관련 의혹 소명·검토 과정이 장기전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당초 넥스트레이드가 투자 검토 및 루센트블록 컨소시엄 참여 명분으로 자료를 요청했고 STO 유통 인가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구두 약속을 건네온 바 있다"며 "이에 단순 과거 실적이 아닌 향후 수년간의 사업 방향성과 수익 로직이 담긴 추정 재무제표를 전달했다. 추정 재무제표는 어떤 상품을 어떤 마진으로 얼마나 소싱해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사업전략이 숫자로 치환된 사실상의 사업 계획서"라고 말했다.
이어 "넥스트레이드 측은 이를 1차 수령한 뒤에도 추가 보완을 요청했고 구두 설명을 요구했다. 이는 단순 투자를 넘어선 사업구조 파악 의도로 비친다"며 "중요한 내용이 아닌 공개 정보였다면 양사가 굳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 양사 교환 정보가 대외비에 해당한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위 '이례적' 추가 서류 검토로 심사 공정성 확보 주력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최근 루센트블록 측에 추가서류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이 최종 관건으로 여겨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루센트블록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요청받은 서류는 기존 사업관련 제출 서류와 별반 다를 바 없다"며 "타 컨소시엄에도 동일한 요청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추후 정례회의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금융당국과의 대립 구도가 아닌 평가기준 재정립 요구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여 나가겠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 안에서 쌓아온 실증 성과가 제도화 과정에서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며 "법과 제도 안에서 문제 제기는 계속하되,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심사 기준은 물론 과정 전반에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융위 측에서 예비인가를 결정하기 애매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안을 통과시키자니 의혹이 저변에 깔려있고, 뒤엎기에도 지난 의혹을 일부 인정하게 되는 셈인 만큼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모양새"라며 "스타트업이란 태생적 한계에 대해선 외부에서도 이견이 없는 만큼, 기술탈취나 전관예우 등 의혹만 어느정도 벗겨진다면 빠르게 의사 결정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는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적법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심사 결과와 판단 근거는 추후 소상히 설명하겠다"며 "혁신사업자의 경험 등은 가점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술탈취 의혹에 대해선 "지적사항의 취지를 충분히 공감 중"이라며 "심사 전반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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