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초대형 정비사업을 정조준하면서 지난해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대형 핵심 사업지에만 집중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앞세워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업계 최상위권 입지를 굳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총 9조2610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3조6398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로, 현대건설에 이어 업계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은 총 14건으로, 서울 핵심 입지에 집중한 선별 수주 전략이 뚜렷하다. 한남4구역 재개발, 신반포4차 재건축,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등 공사비 1조원 이상 초대형 사업만 3곳에 달하며, 나머지 사업 역시 강남·용산·여의도·성북·송파 등 상징성이 높은 정비축에 몰려 있다. 전체 수주 가운데 비수도권 사업은 울산 남구 B-04 재개발 한 곳뿐으로, 사실상 서울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사업 유형에서도 삼성물산의 보수적 기조가 드러난다. 재개발·재건축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리모델링은 광나루 현대아파트 한 건에 그쳤다. 수익성이 크지 않은 리모델링이나 지방 사업보다는 조합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수익성과 상징성이 검증된 사업지를 중심으로 참여 범위를 좁혔다.
도시정비 수주 확대의 배경에는 계열사 발주 축소에 따른 매출 공백을 보완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일감 비중이 적지 않은 구조로, 계열사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경우 매출과 수익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외부 매출원을 확보하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도시정비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하이테크 부문 수주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수주액은 2023년 12조2000억원에서 2024년 8조20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목표치도 6조7000억원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삼성물산은 한동안 축소했던 주택사업을 다시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며, 도시정비 수주액을 2021년 8000억원에서 2024년 3조40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이 같은 성과의 외부적 배경으로는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높은 신뢰와 선호도가 꼽힌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설득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와 차별화된 설계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공권 확보에 성공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1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건설사라는 점에서 시공 품질과 재무 안정성에 대한 신뢰 역시 조합원들 사이에서 꾸준히 유지됐다.
지난해 도시정비 수주 환경 자체가 삼성물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남·반포·송파 등 한강변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우량 정비사업 물량이 대거 등장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자산 가치 상승과 단지 프리미엄에 대한 요구가 더욱 뚜렷해졌다. 여기에 재무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유리한 사업 조건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은 AA+로 건설사 가운데 최상위 수준으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은행 이율 측면에서도 상대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한남·반포·송파 등 한강변과 강남권에서 조합원들의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삼성물산의 도시정비 수주 실적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향후 2027년까지도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우량 사업장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성 위주의 철저한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해 핵심 입지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주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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