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삼성생명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앞두면서, 그동안 증권가에서 사실상 회피 돼 온 '일탈회계' 문제가 이번에는 핵심 이슈로 거론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S IC)가 삼성생명 회계처리의 적정성 판단에 대한 결론을 앞둔 데다, 회계 변경 시 보험부채 약 9조원 증가와 자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관련 질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르면 이달 중 감독당국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번 컨퍼런스콜이 일탈회계 논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13일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삼성생명의 실적과 향후 전망은 물론, 최근 업계 최대 이슈로 부상한 '일탈회계' 문제가 주요 논점으로 떠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회계기준원과 정·학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올해 반기보고서까지 기존 '일탈' 회계방식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지난 반기 실적발표 당시 증권가는 일탈회계가 중단될 경우 삼성생명에 미칠 재무적 영향에 대해 별다른 질문을 제기하지 않으며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
삼성생명의 현행 일탈회계 방식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은 이미 시장의 중론이 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삼성생명 일탈회계는 내부적으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정립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앞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도 "이번 기회에 원칙에 충실한 방식으로 근본적 해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12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회계기준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며 "이 과정에서 전문가나 이해관계인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일탈회계가 회계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는 이달 금감원에 삼성생명의 일탈회계와 관련한 질의서를 제출했다. 회계기준원 역시 지난달 시민단체로부터 보험사의 일탈회계가 타당한지 묻는 질의를 받았다. 이에 금감원은 조만간 연석회의를 열고 생보사 일탈회계 논란에 대한 결론을 낼 계획이다.
국제기구도 개입한 상태다.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S IC)는 최근 삼성생명 일탈 회계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IFRS 가이드라인인 의제 결정 문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찬진 원장이 국제회계기준 준수를 강조해 온 만큼 IFRS IC의 결정 역시 일탈회계의 적합성 판단 여부에 열쇠가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일탈회계 논란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생명은 유배당보험을 판매해 받은 보험료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문제는 이때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에서 나온 미실현이익(주가 상승분)을 어떻게 회계처리 하느냐다. 현재 삼성생명은 이 금액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일반 부채 항목에 넣고 있다. 이 항목은 지금 당장 계약자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돈은 아니지만, 회계 상으로는 '계약자 몫이 될 수 있는 금액'으로 표시해두는 장부상의 계정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8조9458억 원에 달한다.
원래라면 2023년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이 금액은 보험 부채에 포함돼야 한다. 보험부채는 언제든 지급해야 하는 '계약자에게 확정된 책임'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이 미실현이익을 보험부채가 아니라 계약자지분조정으로 처리하는 예외적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계약자 몫이 될 수 있는 미실현이익을 '확정 부채'로 잡지 않고, '회사 재량이 큰 항목'에 넣어 부채 규모를 줄여 잡고 있다는 점이 핵심 사안이다.
금융당국이 일탈회계를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보유할 경우 삼성생명의 보험부채는 9조원가량 증가하게 된다. 보험부채가 최종적으로 자본에 포함되기 때문에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이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에 따라 삼성생명의 자본도 널뛰게 돼 재무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가파른 상승기류를 타고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삼성생명의 자본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당국의 결정이 임박한 만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선 보험부채 증가 가능성과 삼성생명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질의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두 차례 진행된 컨콜에서는 일탈회계가 거론되지 않았으나, 당국의 결정이 임박한 만큼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향후 대응 방안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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