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시각장애인용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센시(SENSEE) 대표가 투자금을 횡령해 도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벤처캐피탈 투자사들의 사후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금이 담긴 통장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음에도 횡령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투자사인 ATP인베스트먼트와 큐더스벤처스는 출자자(LP)로부터 받은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문제로 책임을 추궁받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인식 센시 대표는 투자금 일부를 유용한 뒤 출국해 잠적했다. 센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사 중이기 때문에 따로 밝힐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업계는 국내 기업으로는 전례가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횡령 및 배임 문제로 대표이사 부부가 기소된 미국 스타트업 게임온(현 온플랫폼) 사태가 재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5년 설립한 센시는 세계 최초로 변환오류 자동알림 기능을 탑재한 변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점자 콘텐츠의 제작 기간과 비용, 품질 등을 끌어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23년 3월 미국에 시각장애인용 서적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고 2024년에는 'UN 제로 프로젝트 어워즈'에서 국내 최초 혁신 솔루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 이에 투자사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2024년 5월 유치한 시리즈 B 투자 금액은 시리즈 A 때보다 6배 이상 늘어난 300억원에 달했다.
시리즈 B의 최대 투자사는 국내 사모투자회사인 ATP인베스트다. ATP는 2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 'ATP소셜사모투자조합'을 만들어 해당 라운드에 전액을 지원했다. 지난해 기준 조합 지분율은 11.7%로 서 대표(33.4%)에 이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주요 LP로는 산은캐피탈(20억), 키움캐피탈(20억), JB우리캐피탈(15억), 우리금융캐피탈(10억), IM캐피탈(10억) 등이다. 이들 캐피탈사가 출자한 75억원을 제외한 남은 125억원의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LP들의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캐피탈사의 지원액은 자산 규모 대비 크지 않지만 'ATP조합'의 규모를 고려하면 출자금이 높기 때문이다. 펀드 지분율이 20%를 넘기면 연결재무제표로 반영해야 하는데 투자 평가액이 낮아지게 되면 이를 상세하게 공시해야 하기에 펀드 관리에 번거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한 번에 200억원을 투입한 건 이례적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일 종목 투자 한도가 결성액 중 약 10%이기에 블라인드 펀드라면 2000억원을 조성해야 200억원 투자가 가능하다"며 "이번 투자액은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토스나 당근에 투입할 규모"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주요 주주는 큐더스벤처스로 2020년 센시의 시드 단계부터 2021년 시리즈 A 투자까지 연이어 참여했다. 2023년에는 8.24%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였으며 지난해 지분율은 6.2%다. 하우스는 주요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센시를 내세우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했다고 밝혔다.
큐더스벤처스는 초기 투자자이자 지금까지 주요 주주로 남아있어 이번 사태에서 직접적인 책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지는 센시 투자와 관련해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 심사역은 회신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센시가 연구 개발이나 시설 확장 등을 목적으로 투자금을 활용한다고 하면 투자사는 사용 목적에 맞게 자금을 활용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통장 대사를 진행한다"며 "쉽게 말해 통장 잔고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횡령이 발행하기 전까지 투자금 변동을 확인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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