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국내 면세업계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이날 법원의 판단에 따라 매달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차료가 감면될지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조정이 불성립될 경우 면세업계는 민사재판으로 가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30일 인천지방법원에서는 오후 4시와 4시20분에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임차료 감액 청구 조정기일이 연달아 열린다. 앞서 양사는 인천공항 제 1·2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차료를 40% 인하해줄 것을 요청했다.
면세업계가 임차료 감액 신청을 한 이유는 여객수 대비 면세점 매출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 임대료는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고정된 금액을 내는 방식에서 공항 여객수에 따라 변동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여객수가 증가한 것만큼 면세점의 매출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여객 수는 3041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보다 6.7% 증가한 수치로 이 추세라면 올해 여객 수는 2019년 기록을 갈아 치우고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신라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8271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고 59억원의 흑자에서 50억원의 적자로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을 폐점하고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23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저수용금액을 높게 써낸 상태에서 여객수 증가가 면세점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신라면세점은 DF1(8987원), DF3(2530원) 구역 입찰 당시 최저 입찰가보다 각각 68%, 22% 높은 금액을 써냈다. 신세계면세점도 최저가보다 61%, 35% 높은 금액에 입찰 받았다. 올해 여객 수가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할 때 신라면세점의 연간 임대료는 4097억원, 신세계면세점은 4099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에 두 회사는 특허 기간이 8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법원에 조정 신청을 했다.
다만 이번 조정신청이 받아 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거 롯데면세점도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이어졌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인천국제공항 임차료를 인하해 달라고 제소했다.
하지만 계약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공정위 제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롯데면세점은 2018년 위약금을 감수하고 제1터미널 면세점에서 주류·담배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정 기일에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현대면세점과 경북궁면세점 등 다른 면세점과의 형평성 문제로 임대료 감면은 어렵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태국과 싱가포르 공항이 임대료를 낮춰졌거나 조정을 검토 중이란 점을 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조정 신청이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경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게 남은 선택지는 민사 소송밖에 없다. 다만 민사로 가더라도 임차료 감면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삼익면세점도 공사를 상대로 임차료 감면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원은 면세점 측이 자발적으로 높은 금액을 써 낙찰을 받았다며 차임감액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사로 갈 경우 법정 싸움 기간도 길어질 것이고 변호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민사 소송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