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약속 받았지만 국내 정치상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논의 중이던 계약 이행을 갑자기 미루더라. 또 다른 일부 파트너사들도 '정말 괜찮은 것 맞느냐'며 사업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계속 나타냈다."

최근 어수선한 국내 상황에 자금조달 관련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힌 한 중소기업 고위 임원의 하소연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내란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것도 초유의 일이지만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내란 사태 수습이 계속 지연되면서 대한민국 경제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계제로' 상황에 빠졌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오 기업 A사다. A사에 투자하기로 계획했던 해외 기업은 불안한 국내 정세를 이유로 자금 납입 시기를 돌연 연기했다.

A사는 "투자기업 소속  정부에서 한국 정세와 투자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한국 기업 투자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서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피해는 언제 국내 정세가 진정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불확실성은 국내외 기업간 계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올해 경영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제조기업 고위 임원 역시 "2025년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국내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기업 경영을 하는데 있어 100% 예측 가능할 수는 없지만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한 해의 경영 목표와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내 경제 상황이 정치적인 이유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경영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국 혼란이 지속돼 자칫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 3사(S&P·무디스·피치)도 정국 불안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한국 경제와 기업들을 정상화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혼란한 정국의 빠른 수습이다. 수습이 늦어질수록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성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미 우리는 과거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 고난을 기적으로 바꾼 DNA를 토대로 모든 경제 주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친다면 또 한번의 '대한민국 저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