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희 기자] 아가방컴퍼니(아가방)가 최근 금융투자에 집중하면서 정작 본업 경쟁력은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과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유아용품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아가방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유아복과 유아용품 전문기업인 아가방은 오랜 업력과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이 회사는 2011년만 해도 2047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급성장해왔다. 하지만 이후 국내 저출산 기조와 함께 공격적으로 진출했던 해외사업들까지 온전히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실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864억원으로 2011년과 비교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아가방의 해외사업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아가방은 1987년 미국 현지법인(AGABANG U.S.A)에 이어 1997년과 2013년에 중국 판매·생산법인(연태아가방복식유한공사·북경아가방무역유한공사)을 설립하며 해외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생산법인은 2022년부터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연태아가방복식유한공사 역시 올해부터 매출이 끊긴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중국법인인 북경아가방무역유한공사도 작년 매출 23억원으로 전년 30억원 대비 23% 감소했다.
아가방의 미국법인은 코스트코의 PB상품인 '컬크랜드' 브랜드에 ODM(제조업자개발생산)방식으로 상품을 납품해 왔으나 경쟁력 상실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법인도 본사의 생산 외주를 받아 공장을 운영을 하고 있었으나 현재 매입 요청이 끊긴 상태다. 이에 2011년 20%에 육박했던 아가방의 해외 매출 비중은 계속 줄어 올해 상반기 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가방의 경쟁력 약화 요인을 소홀한 본업 투자에서 찾고 있다. 아가방은 최근 3년 동안 2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는데 본업 투자가 아닌 단기적인 금융상품 취득에 대부분 활용했다. 이 회사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21년 10억원에서 지난해 150억원까지 투자금이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아가방은 2년에 걸쳐 241억원의 단기금융상품을 처분했고 지난해에는 303억원의 금융 상품을 추가로 획득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글로벌 유아용품시장은 가성비 제품군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경쟁기업들은 독자적인 포지셔닝을 구축하기 위해 제품 개발 등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아가방은 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재 유아복시장의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으로 양분화됐다"며 "오랜 시간 유아복시장을 지켜온 아가방의 경우 아직까지도 온전한 포지셔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유아복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 대비 브랜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하며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가방컴퍼니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는 국내 백화점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사업이 안정화되면 해외사업 투자에도 다시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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