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우리은행이 반복되는 대규모 금융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는 그룹의 수장이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적정 대출 의혹까지 불거졌다는 점이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그룹 전임 회장 지위를 악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이번 사고가 우리은행 직원의 고액 횡령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른지 불과 3개월도 안돼 밝혀졌다는 점에서 은행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행원부터 회장까지 대규모 금융사고에 얽히면서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707억·180억·350억…대형 금융사고만 3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국내 금융업권별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14일까지 발생한 금융권 횡령액은 총 18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금액만 1533억원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횡령사고가 은행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규모 기준으로는 단연 우리은행의 사고액(735억원)이 가장 컸다. 6월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타 시중은행과 압도적인 격차를 나타냈다.
타 은행에서도 횡령 등 금융사고가 다수 발생하긴 했지만, 유독 우리은행의 금융사고가 뇌리에 남는 이유는 역시 금융사고의 남다른 규모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수백억원대 규모의 금융사고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
규모가 가장 큰 건은 2022년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 사고였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707억원을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렸다.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 불발과 관련, 다야니 가문이 제기한 국제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하면서 이란에 물어줘야 하는 배상금 중 매각주관사인 우리은행이 보관한 614억원을 3회에 걸쳐 횡령했고,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59억원도 4회에 걸쳐 횡령했다. 이 외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출자전환주식 42만9493주(약 23억원)도 무단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은 횡령액이 614억원이라고 봤지만 조사 과정에서 93억2000만원 규모의 추가 횡령 정황을 발견해 총 횡령액이 707억원으로 불어났다. 대법원은 지난 4월 해당 직원과 공범인 동생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올해에는 김해지점 직원이 대출금 18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밝혀졌다. 불과 대리직급의 기업단기여신을 취급한 행원이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금감원 조사 결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처남댁 및 처조카 등 친인척 관련 차주에게 부당대출을 해준 사실이 적발됐다. 2020년 4월3일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350억원 규모는 심사와 사후관리에서 기준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부적정한 대출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횡령사고는 아니지만 금융지주 회장이 연관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금융권에서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유형의 사건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 반복되는 사과, 신뢰 잃은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신뢰가 최우선 가치인 은행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고객신뢰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신뢰도 잃은 모습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의 고수익 논란과 함께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해 질타했다. 전체 은행장에게 말한 내용이지만 올해 우리은행에서만 횡령사고와 친인척 부적정 대출 등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은행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은행은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최근 은행의 신뢰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 해주길 바란다"며 "그 과정에서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코로나19 확진으로 간담회에 불참했다. 조 행장은 지난 6월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행원의 180억원 규모 횡령 사고에 대해 사과한 바 있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다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같은 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의 친인척에게 수백억원의 부당 대출이 실행되고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인지해야 했으며 엄정한 내부감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조치했어야 한다"며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