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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 적과의 동침…추진 과정은 '삐걱'
서재원 기자
2024.06.17 09:10:18
②최대주주간 합작, 투자 VC '소외'…"합병 선언 당일 알아"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10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I 반도체 '사피온 X220' (출처=SK텔레콤)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어로 꼽히는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전격 합병을 선언했지만 정작 그 과정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벨리온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이 합병 선언 당일에 소식을 아는 등 해당 논의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통상 법인이 합병 등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의 동의를 미리 얻어야 한다.


1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AI반도체 기업 사피온코리아(사피온)와 리벨리온은 올해 3분기 중으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 연내 합병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합병법인의 운전대는 리벨리온이 잡을 예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다.


사피온은 SKT AI 반도체 사업부로 시작해 분사한 회사다.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내놓으면서 그룹 내 주목을 받아오고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와 투자 전문사 SK스퀘어가 힘을 합쳐 사피온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피온의 주요 주주 지분율은 SKT 62.5%, SK하이닉스 25%, SK스퀘어 12.5% 등이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공동 창업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사피온에 SKT가 있다면 리벨리온에는 KT그룹이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 KT그룹은 지난 2022년부터 리벨리온의 시리즈 A단계와 B단계에서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며 총 665억원을 투자했다. 리벨리온의 대부분 매출 역시 KT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KT, KT클라우드, KT인베스트먼트 등 KT그룹이 보유한 리벨리온 지분은 총 1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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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라이벌인 SKT와 KT를 각각 파트너로 둔 양 사가 전격 합병을 선언한 배경에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AI인프라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려는 이유가 컸다. 현재 AI 작업을 위한 NPU(신경망처리장치, Neural Processing Unit) 시장은 산업 전반의 AI 접목으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드는 상황이다. 양 사는 향후 2~3년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빠른 합병에 나섰다.


시장에서도 대체로 양 사의 합병이 급작스럽지만 수긍하는 분위기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워낙 협소한 상황에서 빠르게 해외 진출과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KT와 SKT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승수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양 사가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벨리온에 투자한 VC 등 투자자들이 합병 논의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실제 리벨리온이 지난 12일 오후 진행한 주주간담회에서 합병 소식을 알게 된 VC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병은 양 사의 최대주주 격인 SKT와 KT,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등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벨리온에 초기부터 투자했던 VC 관계자는 "합병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합병과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전해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통상 법인이 합병을 하거나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 해당 기업에 투자한 VC들을 배제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번 합병 사례는 이례적이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굉장이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리벨리온에 투자한 VC 입장에서도 이번 합병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한 주요 경영사항이다. 리벨리온이 6차례에 걸쳐 발행한 RCPS에는 "우선주 발행 후 전환 전에 회사가 합병, 분할, 유·무상증자 등을 실시할 경우 우선주 전환가격은 해당 사유 발생 직전에 전환됐다면 받을 수 있었던 가치를 사유 발생 이후에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동일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전환가격으로 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는 ▲카카오벤처스 ▲서울대기술지주 ▲지유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노앤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사피온에는 ▲미래에셋벤처투자 ▲위벤처스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주요 FI로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합병 안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합병을 선언한 점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기업 간 합병을 진행할 때는 합병비율, 지분율, 주주구성 등을 대략적으로 정해서 발표하지만 이번 합병에서는 아직까지 구체화된 사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2일 주주간담회에 참석한 VC 관계자는 "합병 비율과 같은 구체적인 합병 안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사실상 합병 발표를 한 것 말고는 결정된 사안이 전혀 없다"며 "추후 합병 비율 등 구체적인 조건 등이 어떻게 정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합병 비율처럼 중요한 사안을 결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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