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사피온코리아(이하 사피온)와 합병을 발표했지만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예정대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IPO 계획을 리벨리온 단독으로 하는 방안과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했을 때로 나눠 추진할 예정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내달 16일부터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총 5곳이다.

지난 12일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소식이 전해진 이후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이 미뤄지면서 업계에서는 IPO 착수 시기나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리벨리온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리벨리온의 상장은 그대로 진행한다"며 "이번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해 증권사들에게 제안서를 가져올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플랜A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다. 이때는 리벨리온 단독으로 IPO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관계자는 "리벨리온은 기업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상장만 놓고 보면 리벨리온은 사피온과 합병을 하든, 안 하든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벨리온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2년 28억원에서 2023년 690억원으로 크게 증가(2364.29%)했다. 같은 기간 사피온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90억원에서 416억원으로 118.95% 늘었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자본총계 1735억원, 부채총계 174억원으로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회사의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10.03%로 적정 부채비율인 200%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 가운데 부채가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회사의 재무구조가 불안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플랜B는 두 회사 간의 합병이 성사돼 더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받고 상장하는 그림이 꼽혔다. VC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반도체 분야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힘을 합친 만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실사, 합병 비율 조정 등에 따라 IPO 일정이 기존보다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리벨리온의 상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데이터센터 구축에 적극적인 KT와 협력체계를 맺으면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벨리온은 KT 계열사의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등에 자사 AI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며 "KT에 제품을 수주하는 등 좋은 레퍼런스를 쌓다보면 또 다른 공급원을 만들기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조건이 엄격해졌는데 KT의 지원사격으로 리벨리온이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IPO 가능성이 한층 커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리벨리온은 매출액 2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2022년 99억원에서 2023년 159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81억원에서 137억원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