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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얼라인 주주환원 요구에 당국 눈치보기
강지수 기자
2023.01.06 08:00:22
최대 실적에 자율적 배당 언급, 배당확대 기대감···자본건전성 강화 요구도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5일 16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 제공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금융지주 7곳에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요구하면서 배당 정책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주주들의 배당확대 기대감에 부응해야 하는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의 자본적정성을 점검하면서 이에 맞는 수준의 배당정책을 채택하라는 시그널을 주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일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JB금융지주·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 등 7개 금융지주 이사회에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주가 해외에 비해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는데, 은행이 보유한 자본 대부분을 주주환원이 아닌 대출 성장에 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지적이다.


◆ 실적 호조에 배당확대 기대감 높아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규제 수준으로 유지하되 시중은행은 13%, 지방은행은 12% 이상에 대해서는 전액 주주환원하고, 총 주주환원율을 50%로 유지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한 후 은행 답변이 없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 올 경우 향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형태로 주주환원 관련 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기주주총회 표결 통과를 위해 공개 주주 캠페인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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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공개 주주서한은 앞서 금융당국이 올해 금융지주들의 배당 정책을 자율에 맡기겠다고 언급한 내용과 함께 금융지주 배당성향 확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은행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존중한다"며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은행 금융지주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배당 확대 기대감은 배당기산일이 지나자마자 은행주의 배당락 낙폭이 두드러진 데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배당락일 주가는 전날 대비 신한금융 4.52%, KB금융 3.98%, 하나금융 6.95%, 우리금융이 9.23% 각각 하락했다. 지방금융지주 중에서는 DGB금융이 8.64%, BNK금융이 8.78%, JB금융이 5.72% 각각 내렸다. 신한·KB·하나금융은 분기배당과 중간배당 등을 시행하고 있어 기말배당액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낙폭이 적었던 반면, 다른 금융지주들은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 금융당국 "자본건전성 고려해야"…배당확대 제동 시그널


반면 금융당국이 자율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자본 건전성을 고려해 배당정책을 결정하라는 신호를 함께 보내고 있어 주주환원이 크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시장 건전성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크고 어려운 시기에는 다양한 방식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서 금융기관이 큰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 범위 내에서 배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이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후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통해 금융권의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당국이 지난 2020년처럼 직접적인 배당성향 제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해 기업들의 부실 위기 등이 금융권 건전성 악화로 전이될 가능성이 많아 금감원이 배당 자율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충분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라는 신호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금리상승 등의 여파로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은행 금융지주 8곳의 CET1 비율 평균은 12.24%로 전 분기 대비 0.16%p 하락했다. 감독당국의 CET1 규제비율인 10.5%는 웃도는 수치지만, 대출 부실화 등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등을 고려해 충분한 자본 버퍼를 마련하기로 결정할 경우 배당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그동안 배당에 개입해 왔던 부분에 대해 올해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마음대로 배당 수준을 결정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지주들도 또 다른 충격이나 외부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당금 등의 부분들을 감안해 CET1 비율을 규제 비율 대비 여유있게 가져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융지주 "얼라인 공개서한, 주주 의견으로 검토"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컨퍼런스콜 등에서 밝혔던 주주환원 확대 방향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신한금융은 앞서 보통주자본비율 12.0%를 내부 관리 목표로 설정하고, 이 비율을 초과할 경우 연말 적정규모의 자본을 내부 유보해 분기 배당 또는 자사주 취득 소각 등에 사용해 총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중장기 배당성향을 목표인 3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을 병행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중기 목표로 배당성향 30%를 설정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매년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안정적인 배당성향을 유지하되, 자본적정성과 시장 기대,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배당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참고=각 금융지주사 공시자료>

금융지주들은 얼라인파트너스의 공개 주주서한에 대해 주주 의견으로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 기준으로 우리금융 주식 1.01%, JB금융 주식 14.04%, DGB금융 1.0%를 갖고 있다. 이밖에 신한금융 5만주, 하나금융 5만주, BNK금융 1만5000주, KB금융 10만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은 ▲신한금융 25.19% ▲KB금융 26.00% ▲하나금융 26.00% ▲우리금융 25.29% 등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소액주주지만 다른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앞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를 개선한 사례도 있는 만큼 최소한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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