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내년 채권시장은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영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와 내수 기여도가 역성장으로 돌아서면 내년 말께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고용 안정성을 토대로 내수가 견조하게 뒷받침된다면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팍스넷뉴스 2023 경제전망 포럼'에서 '국내 채권시장 전망' 주제발표를 맡은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더 높고 더 길게'(Higher for longer) 기조에서 '더 길게'(Longer)로 선회하고 있다"며 "최종금리가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고금리 장기전도 내수가 버텨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을 단행, 올해 최종금리를 3.25%로 마무리지었다. 내년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3.5%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금통위 위원 7명 중 3명으로 가장 많았다. 내년 추가적으로 한 차례 베이비 스텝을 거친 뒤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결하겠다는 것이 중론인 상황이다.
관건은 최종금리의 지속 기간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내년 3월초 발표되는 2월 물가부터 연간 상승률이 5%를 밑돌 전망"이라며 "내년 2월 금통위 이후 최종금리가 지속되는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추가적인 금리인상보다는 최종금리가 얼마나 오래갈건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최종금리를 1년 이상 유지한 기간은 ▲2002~2003년 ▲2011~2012년 등 두 번이었다. 그는 "최종금리 도달 이후 인하까지 1년가량 금리를 동결했던 두 시기의 공통점은 내수, 특히 소비가 성장을 견인했다는 것"이라며 "두 시기 모두 소비 위축과 내수 기여도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시기에 금리인하가 단행됐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 기여도가 -1.8% 포인트로 악화됐다. 내수 기여도는 2.0% 포인트로 성장을 이끌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내수 기여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과거 내수 기여도가 2% 포인트를 웃도는 시점에서 마이너스 전환까지 평균 약 3개 분기가 소요됐다"며 "내년 2~3분기 중 내수 기여도가 역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이후 3~4분기 중 금리 인하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내년 채권시장 전반의 금리 흐름은 '상고하저'로 나타날 것이며 내수 기여도가 역성장으로 돌아서는 시점은 채권 비중을 확대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다만 "과거 최종 금리가 오래 지속됐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 운신의 폭도 크지 않다"며 "고용이 뒷받침되면서 내수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상고하저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하반기는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ant), 즉 경제지표의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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