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올해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동반 하락하며 실종됐던 자산배분효과가 내년에 부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주식 투자에 있어서는 국내 시장의 모멘텀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국 증시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우려를 낳고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Recession) 수준이 마일드(Mild)한 수준에 그치면서 글로벌 경제 리더의 지위를 이어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팍스넷뉴스 주최로 열린 '그레이트 리세션과 투자시장 전망' 포럼에 참석한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주식, 채권, 리츠 모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미국 연준(Fed)의 긴축이 마무리되면서 자산배분 관점에서 보다 나은 투자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올해 자산배분효과가 사라진 건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의 물가 관리 역량에 의구심이 들면서 투자심리가 경색됐고, 이는 주식과 채권 수익률의 동반 하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 서서히 물가가 안정되는 징후를 보이면 중앙은행의 신뢰가 회복될 거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가 점차 완화될 것이란 관측도 내년 투자시장이 개선될 걸로 보는 배경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번 달 미국의 기준금리가 4.5%로 오른 뒤 내년 1분기에 25bp(1bp=0.01%)씩 두 차례 인상돼 최종적으로 5.0% 수준이 될 것"이라며 "3분기 정도에 다시 금리가 안정화되면서 4.5%로 돌아가는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자산배분효과가 되살아 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정 연구위원은 주식 분야에선 미국 시장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 강도가 시장의 우려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제 침체가 마일드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이유로 ▲더딘 실업률 상승 속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대비 현저히 낮은 가계부채 ▲인플레이션 둔화 속 긴축 완화 전망을 들었다. 그는 "일본과 중국의 도전에도 미국이 여전히 글로벌 경제 리더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며 "특히 지난 20년간 정체됐던 미국의 투자 모멘텀이 본격적인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IT, 소재, 산업재, 유틸리티 중심으로 부활할 걸로 본다"고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 변동으로 조정폭이 컸던 애플(Apple), 월마트(Walmart), 디알호튼(D.R Horton)을 인플레 완화국면에서 투자해 볼만한 종목으로 꼽았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 증시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로 글로벌 증시 중 압도적인 마진을 기록하고 있다"며 "높은 물가로 기업의 매출이 보존되면서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것도 미국 시장을 탑픽(Top-Pick)으로 꼽은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