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전자부품 제조·유통사 코아시아의 창업자 이희준 회장이 다시 코아시아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2대 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하던 지분을 전량 제 3자에게 매각했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케이프메티스톤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케이프메티스톤PEF)는 오는 14일자로 코아시아 지분 전량(19.4%)를 455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거래 상대방은 코아시아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희준 회장이다. 이 회장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지난 12일 계약금 65억원을 지급했고, 14일 잔금 390억원을 지급하고 코아시아 주식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타이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코아시아는 2015년 음향기기 제조사인 비에스이(BSE)를 인수·합병(M&A)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세를 키워 나갔다. 이 과정에서 중동 자금을 기반으로 PEF를 운용하는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가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섰다. 코아시아-비에스이 M&A를 사실상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는 대규모 자금까지 투입, 코아시아의 2대 주주 지위를 얻게 됐다.
M&A를 함께할 정도로 우호적이었던 코아시아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의 관계는 2년 뒤부터 급격히 냉각됐다.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측은 이희준 회장이 독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이 회장 측은 FI가 지나친 간섭을 한다고 맞섰다. 불협화음의 배경에는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가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할 시기가 된 반면, 여건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자리잡았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표대결까지 벌이려던 양 측은 2018년 말 극적인 타협을 이뤄냈다.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와 케이프투자증권이 공동 조성한 PEF에 이희준 회장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를 필두로 한 FI의 지분을 모두 넘긴다는 것이 타협안이었다. 메티스톤·케이프 컨소시엄은 이 회장 지분보다 FI지분을 60% 비싼 값에 매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책정된 거래 대금은 총 572억원이었다.
이 거래를 통해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는 코아시아 투자금을 완전히 회수하게 됐다. 반면 이 회장은 코아시아와 결별한 것이 아니었다. 이 회장이 지분 매각 대금 360억원 전부를 케이프메티스톤PEF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지배력을 행사키로 한 것이다. 대표이사직 또한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케이프메티스톤PEF의 도움을 빌려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 통로를 제공한 거래였던 셈이다.
최대주주의 명의가 케이프메티스톤PEF가 바뀐 코아시아는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자회사인 HNT일렉트로닉스를 매각하고, 또다른 자회사인 이츠웰을 합병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거쳤다. 케이프메티스톤PEF는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끝난 뒤 장외 거래 등의 방식으로 일부 지분을 매각, 수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거래의 종착지는 이희준 회장이 케이프메티스톤PEF가 보유한 잔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케이프메티스톤PEF의 지분을 모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 1년 여 만에 코아시아를 다시 자신의 품안에 놓게 됐다. 매입가는 455억원이지만, 앞서 자신이 케이프메티스톤PEF에 출자한 자금 360억원이 존재하는 까닭에 실질적으로 투입하는 자금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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