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제14대 여신금융협회장 선거가 본궤도에 올랐다. 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지난 27일 1차 회의를 열고 차기 협회장 면접 대상자인 숏리스트 3인을 확정하면서 선거 구도가 명확해졌다. 최종 압축된 후보군은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윤창환 여신금융산업 3.0 AI·AX 전략센터장(가나다 순)이다.
이번 선거는 과거 선거를 지배하던 정통 경제 관료 출신 인사가 배제되고 금융지주·캐피탈, 카드업계, 정책·AI 분야 전문가로 3파전이 형성됐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의 시선은 특정 정무 라인을 겨냥하는 '권력 낙점설'이나 출신 성분에 따른 관치 논란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권이 당면한 전례 없는 위기를 감안하면, 차기 수장의 배경을 두고 벌이는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난 선거판의 소음에 가깝다. 지금 여신업계는 업권의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업계와 캐피탈업계가 마주한 현안은 개별 후보들의 전문성과 정확히 맞물린다. 카드업계는 수년째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본업인 결제 부문의 수익성이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당장 올해 안으로 마무리지어야 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체계 개편은 물론,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 차익을 누리며 기존 카드사의 영토를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디지털 경쟁력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이는 KB국민카드 대표 시절 글로벌 사업 확대와 비은행 부문 성장을 이끌며 카드업 실무와 디지털·글로벌 전략 경험을 쌓은 이동철 후보의 이력과 연결된다. 그러나 카드업 중심의 커리어가 강했던 만큼, 협회 차원에서 캐피탈업권과의 균형 있는 현안 조율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캐피탈업계의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사 특성상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됐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잠재적 부실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완성차 계열 캡티브(Captive)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신차 금융 시장에서 비캡티브 캐피탈사들의 생존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이는 우리금융지주 CFO와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거치며 자금시장 이해도가 높고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다변화시킨 경험이 있는 박경훈 후보의 강점과 부합한다. 다만 결제 인프라와 카드 수수료 체계 등 카드업계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실무 경험 부족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금융권 전반의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AI 도입과 AX(인공지능 전환) 혁신, 그리고 빅테크 대응을 위한 규제 완화 체계 구축은 국회의장 정책수석과 대선 캠프 AI정책 특보단장을 지낸 윤창환 후보의 정책적 전문성과 닿아 있다. 정책 네트워크와 디지털 전환 역량은 강점이지만, 여전업 특유의 시장성 조달 구조나 세부 영업 환경에 대한 현장 경험 공백을 메울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처럼 업권별 위기 지수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숏리스트에 오른 3인의 후보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단순히 과거의 정무적 인맥이나 소속됐던 업권의 이익만을 대리 전달하던 방식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차기 협회장은 구체적인 현안 타개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여신금융협회는 오는 6월 4일 2차 회추위를 통해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하고, 내달 16일 최종 선출 절차를 밟는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민간 협회의 자율성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고사 위기에 처한 여신금융산업의 생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외풍 논란과 출신 성분 따지기는 위기에 직면한 여신업계의 시간만을 낭비하게 만들 뿐이다. 소모적인 권력 라인 찾기 프레임에서 벗어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과 미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번 선거가 과거처럼 끝난다면, 여신금융산업의 미래도 과거에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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