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산업2부장] HMM의 부산이전이 급물살을 탔다. 최근 이사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고, 오는 5월8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하면서다. 안건은 간단하지만, 이 한 줄의 개정안이 품고 있는 의미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미래 판도와 수십 년간 서울 중심으로 굳어 온 산업 권력의 지형의 변동이 이 결정에 달려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HMM의 부산 이전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라 할 수 있다. 해운 클러스터는 현장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해운 허브들도 마찬가지다.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머스크가 있고 스위스 제네바에는 MSC, 홍콩에는 OOCL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항구도시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항만과 물류, 금융, 법률, 선급, 조선이 한 생태계 안에서 숨 쉬고 공존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부산은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을 완료하며 수백명의 인력을 현장에 배치했고,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도 이미 부산 이전을 공식 발표했다. 해사전문법원이 들어섰고 동남권투자공사도 조성 중이다. 클러스터의 뼈대는 이미 세워졌다. 그리고 이 클러스터에서 대들보 역할을 해야 할 HMM이 마지막 퍼즐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가 이 생태계 밖에 머문다면 해양수도 전략은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HMM의 노조다. HMM 본사 이전은 노조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노조는 본사 이전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는 점을 근거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고발 가능성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총 전 합의가 안 될 경우 파업 등 쟁의 현실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노조의 반발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주거와 자녀 교육, 생활 기반이 바뀌는 문제이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HMM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합산 70.5%를 보유한 사실상 공공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6~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국민의 세금과 공적자금으로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을 감수했다. 공적자금으로 되살아난 기업이라면 공익적 목적의 결정에 일정 부분 응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당연히 본사 이전은 강제가 아닌 설득의 영역이어야 한다. 직원 정착 지원과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패키지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기업을 취재하며 터득한 것 중 하나는 노조의 의견이 언제나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에서 노조가 직원 권익을 지키려는 본능은 존중하지만 이 이슐ㄹ 단순히 직원의 불편함 차원에서 접근하는 해석은 너무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는 문제다.
부산이 해양 클러스터로 도약하면 해운업 전체의 규모 경제가 이뤄진다. 이는 결국 HMM 직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다. 더 많은 인재가 해운업으로 몰리고, 더 많은 투자가 흘러들어온다.
5월8일. 임시주총까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정부는 노조를 설득할 실질적 보상책을 서둘러야 하고 HMM 경영진은 이전 이후의 구체적 운영 그림을 내놔야 한다. 그리고 노조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의 마지막 퍼즐은 단연 HMM이다. 이 퍼즐이 제 자리를 찾을 때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새 지도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노조가 단기적 불편을 넘어 산업의 장기 미래를 함께 고민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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