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8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확정하며 대규모 현지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역대급 자본 투입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 물량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막은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익 부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시행된 '대미투자특별법'이 기업의 협상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번 루이지애나 프로젝트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현대제철을 주관사로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가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지 생산을 통해 통상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50%의 고율 관세 체제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기업은 현지 생산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은 현지 공장에 공급할 자동차 강판 등 주요 소재에 대한 '품목별 관세 예외(Product Exclusion)'를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생산 기지는 확보했지만, 국내에서 조달하는 핵심 소재는 여전히 50% 관세 부담을 안고 있어 투자의 기대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무역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와 함께 기존 쿼터제는 사실상 폐지됐고, 현재는 국가별 예외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현지 생산을 위해 수입하는 자동차 강판 등 소재·부품에 대한 관세 예외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고도 정작 자사 물건을 가져다 쓰는 데 50%의 세금을 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러한 실익 부재의 배경에는 최근 통과된 '대미투자특별법' 제3조 제3항이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조항은 수익성이 낮아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하더라도 안보상 필요 시 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업이 통상 협상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철회'나 '속도 조절' 등의 지렛대를 무력화시켰다는 평가다.
이미 투자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미국 측이 관세 인하나 예외 인정과 같은 양보안을 내놓을 동기가 약해졌으며, 이는 결국 우리 기업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대규모 자본만 투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 측은 재무적 리스크와 협상력 약화 우려에 대해 파트너십을 통한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재무적으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어 매우 안정적인 구조"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구체적인 리스크 분담 구조 등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의 전략을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의 이번 사례가 정부의 정책 목표와 기업의 실익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리스크를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안보를 명분으로 한 투자가 기업의 재무적 부담으로만 귀결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관세 예외 확보와 같은 실질적인 보상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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