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지난해 서현동 업무복합시설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확보한 내부 정보를 무단 활용해 사업권을 우회 선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선관주의 의무 및 기밀 유지 조항 위반과 관련된 사안으로 업계에서는 한투리얼이 고의적인 협상 지연으로 사업 파행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파트너사의 지적 재산권을 도용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사업 갈등을 넘어 신의성실 원칙 위반 여부가 향후 법적책임을 가리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리얼은 2024년 5월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53-2번지 일원 개발사업에 자사 NPL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에쿼티 38억원과 주주대여금 70억원 등 총 108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었다. 갈등은 2024년 하반기 사업 협의가 본격화되면서 시작됐는데 당시 한투리얼은 108억원 출자에 대한 대가로 시행사로부터 사전에 협의된 이자 수익(25억원) 외에 별도의 선매입 수수료(40억원) 등 원금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의 수수료를 추가로 요구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투리얼은 특히 해당 수수료를 사업 및 개발 컨설팅 계약 항목 등으로 분산해 우회 지급할 것을 종용했다는 지적도 얻고 있다. 시행사와 PF 대주단이 요구한 선매입 이행을 담보하는 과정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통상적 관행인 매매대금 10% 수준의 계약금 납부나 이행보증보험 증권 발급 대신 본PF 기표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3억원의 예금 질권 설정만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했다는 것이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한투리얼은 돌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사업파행을 야기한 것으로 지적된다. 당시 한투리얼의 참여 확약액을 제외하고 다수의 대주 및 출자자로부터 필요 자금을 모두 확보한 상태였지만 이들이 최종 협상 단계에서 추가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수법은 다양하다. 계약서상의 일부 문구 수정을 요구해 자사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내세웠고 이에 반발한 타 대주단이 승인을 거부하면서 본PF 대출이 최종 무산되게 하는 게 전통적이다. 실무 협의를 의도적으로 지연해 사업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하고, 고의로 EOD(기한이익상실)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결국 펀딩 막판에 조건변경에 따른 고의적 해태는 다른 대주단을 사업포기로 이끌었고, 2025년 2월 말 해당 사업장은 공매절차를 밟게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투리얼은 EOD 이후 고의적인 부당개입을 지속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시행사가 유암코 등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 정상화 펀드 자금 유치를 추진했지만 한투리얼 측이 해당 기관들에 선매입 권한을 전제로 별도 수수료를 요구하며 접근하면서 정상화 협상을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한투리얼은 시행사와 소통을 단절하고 이들이 작성한 설계 도면과 사업비 산정표, 수익성 분석자료 등을 무단 활용해 독자적인 투자설명서(IM)를 제작·배포해 개별 대주와 시공사를 모집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IM에 따르면 한투리얼은 한국리얼서현오피스PFV(가칭)를 설립해 사업권을 인수하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설계했다. 전체 자본금 약 203억원 중 대부분을 자사 NPL 블라인드 펀드 자금으로 충당하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실질적 운영 주체인 한투리얼의 고유자금 출자액은 16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실질적인 자금 투입이나 리스크 부담 없이 수수료와 운영권을 확보하려 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제 3의 사업 참여 예정자에 투자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페이백하거나, 타 사업장의 전기 및 소방 등의 시공권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부적절한 혜택을 제안한 정황도 파악된다.
대형금융지주 계열사가 고의적인 공매 유도로 중소 시행사의 사업권을 침해하는 수법은 신의성실 원칙 위반을 넘어서 법적 쟁점으로 부각된다. 일련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투리얼은 대구 신천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에서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투리얼의 고의적·반복적인 협상 지연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수수료 요구, 지적 재산권 무단 도용 등은 법적책임을 가리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가 공동 사업 과정에서 취득한 기밀 정보를 파트너사의 사업권 침해에 이용했다는 점은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사안으로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금융당국의 제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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