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석 회장은 상장사 자본을 비상장 가족회사로 이전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본시장 규제를 우회해왔다. 최근 SK증권 비상장주 담보대출의 기한이익상실(EOD) 사태와 금융감독원의 조사는 이와 같은 기획된 지배구조 리스크가 표면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오 회장이 설계한 지배구조와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그룹의 성장 과정 및 자금 조달 통로를 추적한다.<편집자주>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무궁화신탁이 단기간에 업계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배경에는 오창석 회장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이 자리한다. 오 회장은 특히 농협(NH)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고 이들을 활용해 지역 농협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영업망을 강화해왔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82학번 인맥에 주목해 왔지만 최근에는 농협 금융권을 축으로 형성된 이른바 농협 네트워크가 또 다른 연결 고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지난 2016년 오창석 회장이 이용만 전 회장 등이 보유하던 지분 12.7%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로 성장세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오 회장은 이후 추가로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이듬해인 2017년에는 지분율이 약 27%까지 상승했다.
사실 오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궁화신탁의 업계 내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수주 실적이 최하위였고 영업이익 역시 78억원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오창석 회장은 조직 확대를 통한 영업망 강화로 분위기를 빠르게 반전시켰다. 인수 후 일 년 만에 공격적인 인사 영입을 단행하며 당시 100명에 미치지 못하던 직원 수를 반년 만에 150명으로 늘렸고, 기존 4개였던 사업본부는 8개로 확대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나 2017년 1분기 수주 실적이 121억원을 기록해 전년 연간 수주 실적(316억원)의 약 40% 수준에 달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이 134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오창석 회장의 인재 영입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지주 출신 등 다양하게 이뤄졌는데 그 중 주목할 부분은 농협이었다. 오 회장은 2016년 원석희 전 농협대 총동문회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전직 농협 간부들을 조직에 합류시키기 시작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 농협을 대상으로 한 영업망을 확대하려던 계획이다.
실제 오창석 회장은 보유 중이던 무궁화신탁 지분 약 9%를 NH투자증권에 신탁하고 농촌사랑기금에 기부하는 등 농협 금융권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단순 사회공헌을 넘어 농협+마피아의 은어로 불리던 끈끈한 금융권 네트워크인 이른바 '농피아'를 활용하려던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무궁화신탁과 농협 간 영업 관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농협 상호금융의 부동산 신탁 대출 잔액 51조6279억원 가운데 약 23%가 무궁화신탁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 상호금융은 전국 지역 농·축협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금융 네트워크다. 특히 지역 단위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는 상호금융이 대출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무궁화신탁이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다는 것이다.
농협 인맥은 단순한 인사 영입을 넘어 실제 금융 거래에서도 연결고리로 등장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무궁화신탁 관련 자금 거래 구조를 살펴보면 농협 금융권 출신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농협 인맥은 단순한 인사 영입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의 네트워크로도 연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특정 거래에서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과거 무궁화신탁은 복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협업 관계를 형성하며 투자를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무궁화신탁은 지난 2017년 한 PEF가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과정에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이후 해당 자산운용사를 다시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당시 거래를 진행했던 PEF의 경우도 농협 출신 인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논란이 된 주식담보대출 구조에서도 같은 PEF가 등장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 2023년 오 회장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지분을 담보로 약 1500억원 규모 대출을 실행했고 이후 일부 대출채권을 기관 투자자에게 셀다운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PEF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회사가 후순위 대출채권에 투자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들을 두고 특정 인맥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을 짓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PEF의 포트폴리오 기업이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이사회 절차를 거쳐 독립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며 LP의 감시를 받는 PEF가 사적 이해관계로 투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PEF 운용사라 하더라도 운용역별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따로 담당하고 있는데 해당 포트폴리오를 농협 출신 운용역이 담당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PEF 업계에 농협 출신 인사들이 이미 다수 포진해있다"며 "단순히 농협 출신이라고 해서 오 회장과 이해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GP는 LP의 감시를 받는 입장으로 포트폴리오 회사를 이용해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투자가 이뤄질 수도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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