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새마을금고는 태생적으로 '지역 공동체 금융'이다. 지역 주민이 모은 돈을 다시 지역경제에 돌려 서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설립 목적이었다. 기존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했던 소상공인과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일종의 금융공동체였고, 지역 경제의 순환 구조를 지키는 안전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새마을금고는 이러한 본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확대, 지역 기반을 벗어난 대출, 수익성 중심의 경영은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을 점점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환경 변화가 이 변화를 가속화했다. 금융자율화 이후 대출·투자 경쟁은 치열해졌고, 개별 금고는 생존을 위해 '수익성'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받아들였다. 조합원 중심의 지역 금융이라는 설계는 점차 뒷전으로 밀렸고, 일부 금고는 사실상 '미니(mini) 저축은행'처럼 움직였다. 지역에서 모은 자금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대신 외부 투자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지역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역성'이 사라진 지역금융기관은 더 이상 서민금융기관일 수 없다.
감독체계의 구조적 한계도 문제를 키웠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저축은행·보험사 등 각 업권별로 강한 규율과 감독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새마을금고는 중앙회의 감독 권한이 제한적이고 개별 금고는 높은 자치성과 독립성을 갖는다. 이는 협동조합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치명적 취약점으로 작용한다. 위험자산이 늘어도 사전 통제는 어렵고, 부실이 발생해도 중앙회는 사후적 대응에 머물 수밖에 없다. 최근의 연체율 증가와 자본잠식 사례는 단순한 '개별 금고의 일탈'이 아니라, 이런 구조적 약점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가지 질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여전히 서민금융기관인가?' 서민금융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려면 그에 합당한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 기반 여신 비중을 높이고, 지역 경제에 자금을 재투자하며, 조합원의 금융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출 포트폴리오의 고위험화, 자금운용 수익률 중심의 평가 체계, 조합원과의 괴리 등은 새마을금고가 설립 목적에서 멀어졌음을 방증한다.
다가오는 중앙회장 선거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후보들은 '조합원 지원 확대'와 '조직 안정'을 말하지만, 정작 핵심인 정체성 회복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서민금융·지역금융이라는 근본적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후보가 되든 새마을금고의 위기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새마을금고가 다시 서민금융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화려한 외형 성장보다 본래의 설계를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조합원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공동체 금융이라는 정체성을 지켜낼 때 비로소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이름이 다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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