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검찰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조사 강도를 높이면서 임종룡 회장을 비롯해 조병규 은행장 등 현 경영진 거취에 이목이 다시 한번 쏠리고 있다. 특히 조 행장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연임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임 회장 역시 검찰의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검찰의 칼날이 우리금융 현 경영진을 정조준한 만큼 안정화된 듯 보였던 임 회장의 거취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22일 우리금융 정기 이사회가 예정된 만큼 이 자리에서 CEO 거취가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행장의 임기 만료를 한달 열흘 남짓 남겨 놓은 상황에서 아직 후보군 선정이 완료되지 않은 데다, 조 행장이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 만큼 관련 이사회로서도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지난 18일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이뤄진 압수수색이 손 전 회장 부당대출과 관련된 전 현직 임직원 대상이었다면, 이번은 현 경영진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조사의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조 행장이 피의자로 명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조 행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12조 '보고의무 위반'이다.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검찰에 통보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 경영진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대처를 취하지 않아 부당대출이 계열사로 확대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19일에도 이어지면서 이틀째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금감원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현장검사 결과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 중인데, 70억~80억원 상당의 추가적인 불법 대출 혐의도 파악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이 피의자로 명시된 만큼 연임은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피의자는 범죄 혐의를 받아 수사를 받는 사람을 뜻한다. 피의자 신분은 정식 재판을 받기 전까지 유지된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적으로 연임이 제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 집행기관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조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차후 사법리스크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조 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내비치지 않은 것은 결국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었다. 다만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됨에 따라 부당대출 사고와 직접적으로 엮이게 됐다.
우리금융은 현재 지주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경영진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지난 9월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 선정을 위해 자추위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 행장의 임기가 한달 열흘 남짓 남은 시점에도 행장 롱리스트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 롱리스트 4명을 확정한 뒤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은행장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었지만 올해는 후보군 공개가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 지배구조 모범관행상 CEO 임기 만료 1개월 전에 후보 추천이 완료돼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굉장히 빠듯한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오는 22일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후보군 윤곽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기 이사회와 자추위는 별개이다 보니 CEO 선임과 관련한 직접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연초부터 계획됐던 정기 이사회이기 때문에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사외이사들이 다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이사회에 이어 자추위가 열릴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과 금감원이 우리금융과 은행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와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 행장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은행장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자추위에서도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조 행장을 후보군에 포함시키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적시된 것은 조 행장 뿐이지만 임 회장도 조사대상에 올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리금융 회장실까지 압수수색이 이뤄진 만큼 검찰 수사 방향이 임 회장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고강도 검찰 조사와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우리금융 안팎에선 심각한 경영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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