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실시한 배터리셀 조달 방식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력 제품군인 배터리시스템(BSA)의 기초 재료에 해당하는 셀 매출이 회계상 제외되면서 올 2분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2분기 매출은 14조65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61억원으로 4.2% 줄었다.
현대모비스가 주춤한 성적을 내놓게 된 데에는 주력인 모듈 및 핵심부품 부문의 부진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A/S(애프터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33.8% 증가한 것과 달리 모듈 및 핵심부품 부문의 매출은 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전동화, 부품제조, 모듈조립으로 나뉘어져 있는 모듈 및 핵심부품 부문은 현대모비스의 핵심 비즈니스로 연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동화 매출이 급락한 것이 뼈아프게 작용했다. 부품제조 매출이 21.3%, 모듈조립 매출이 2.1% 증가한 반면 전동화는 전년 동기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조724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 중인 배터리셀 조달 방식 전환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셀이란 셀(Cell)→ 모듈(Module)→ 팩(Pack)→ 시스템(BSA)으로 이어지는 EV 배터리 제조과정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현대모비스는 주요 제품군인 BSA의 원자재에 해당하는 셀을 제조사로부터 직접 사들여 BSA로 조립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글로벌 추세에 맞춰 신규 차종의 배터리셀 조달 방식을 직접 매입에서 완성차 사급(원자재를 사서 공급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주거래처인 현대차‧기아가 셀 구매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전담하게 된 것이다. 제조사 선정부터 구매 가격까지 현대차‧기아에게 결정권이 주어졌다.
먼저 유럽에서 투싼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코나 EV에 이를 도입했고, 지난해 4분기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EV9,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순차적으로 적용해 오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배터리셀 조달 방식이 바뀌면서 현대모비스의 회계상 처리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배터리셀 조달의 주체가 아니게 된 만큼 더 이상 관련 매출도 인식하지 않게 됐다.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매출이 급감하게 된 주요 배경이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배터리셀 사급 전환으로 인해 2700억원의 매출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으로 인한 배터리 물량 감소(5900억원)와 셀 가격 하락(4600억원)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배터리셀 사급 전환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영업이익률 산식에서 분모가 되는 매출이 줄어들면 결과 값인 이익률이 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EV 시장이 캐즘 국면에서 빠져나와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는 등 시장 상황이 뒷받침된다면 배터리셀 조달 방식 변화가 전동화 이익률 개선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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