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세메스가 수익성이 급감한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접고 반도체 부문에 올인할까. 시장에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액정디스플레이(LCD) 사업 철수로 사업이 크게 쪼그라든 가운데 세메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세화에 발맞춰 반도체 장비 부문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메스의 디스플레이 사업 비중은 삼성디스플레이가 2020년 3월 LCD 철수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22년 6월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2020년 2185억원 ▲2021년 530억원 ▲2022년 1075억원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연장 운영 중이던 일부 라인까지 전체 중단된 지난해에는 136억원까지 추락했다. 5년도 채 되지 않아 93.8%나 쪼그라든 셈이다. 매출 비중도 지난해 1% 아래로 떨어지면서 2020년(9.9%) 대비 10% 포인트 가까이 급감했다.
올 1분기에는 디스플레이 제조설비 매출이 제로(0)를 기록했다. 공정가동률이 0%로 추락한 것이 주 요인인데, 관련 수주 총액은 13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5.8%나 급증했다. 이는 중국제 중소형 디스플레이 공급 확대로, 삼성디스플레이의 가격경쟁력이 후퇴한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19% 감소한 5조3900억원, 영업이익은 56% 급감한 34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세메스가 삼성디스플레이향 수주 물량을 확보해 놓기는 했지만 상황에 따라선 계약 취소 등으로 수주잔고가 급감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메스가 디스플레이 사업부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년 간 삼성디스플레이향 장비 개발로 실적을 올려온 세메스 입장에서는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고정비 등을 고려하면 유지한 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세메스는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잉크젯프린팅시스템·스트리퍼·클리너 등 다양한 장비를 공급해 왔고, LCD 사업을 철수한 이후에는 잉크젯 장비 위주로 공급해 왔다. 이 장비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견인하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잉크젯 장비를 제외한 타 장비들이 불필요해지면서 세메스는 2020년 디스플레이 사업 일부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실제 원익IPS에 노광 및 세정 사업부문을 820억원에 매각하는 영업양수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세부 조율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정리한 뒤 잉크젯 장비를 제외한 수익원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성장동력이 크게 악화된 상태로, 디스플레이 추가 투자가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미 한 차례 일부분 매각을 시도한 이력이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부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반도체 부문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세메스는 2000년대 'LCD 호황'을 등에 업고 성장세를 이어오다 2010년대 후반부터 업황 변동으로 디스플레이 비중이 줄고 반도체 비중이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 2020년대 들어 연매출 3조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낸 바 있다. 올 1분기에는 디스플레이 비중이 0%로 추락한 반면 반도체 부문은 전년동기 대비 6% 포인트 가량 증가한 71.2%를 기록하면서 반도체 편향이 한층 심화됐다. 최근에는 HBM 제조에 필수적인 TC본더 등 다방면으로 제품 고도화에 나서는 만큼 반도체향(向) 사업에 한층 힘을 실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앞선 관계자는 "세메스는 삼성전자의 사업 및 투자 방향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어 최대한 수익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특화 상품을 늘려나가야 하는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앞서 전 세계 전공정 반도체 장비 업체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할 정도로 반도체 부문에서 저력을 갖고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세메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입장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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