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관식을 치른 지 오는 10월이면 4주년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리더십 체제에서 판매대수 기준 '글로벌 톱3'에 오르며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 회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품질 개선'을 강조하며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형 성장 뿐만 아니라 정 회장 체제의 경영권 승계 퍼즐을 맞추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다.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체제로 공식 돌입한 지 올해로 5년차를 맞았다. 정 회장은 전통 자동차 산업에 국한돼 있던 현대차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시켰으며,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판매 기조를 통해 '제값받기' 전략으로 내실을 충실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단순하게 사업적 혁신만 이룬 것이 아니다. 보수적이고 수직적이던 기업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변모했다. '정통 현대차맨'이라는 경력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 정 회장은 파격적인 외부 인재를 수시 발탁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수석부회장 오르며 친정체제 구축…코로나 기간 총수 등극
1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오는 10월이면 회장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0년 10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 회장을 신임 회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 문제 등이 맞물린 영향이었다.
사실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18년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다. 당시 현대차그룹 내부에는 정 명예회장 측근집단으로 분류되던 6명의 부회장단이 존재했지만, 정 회장은 이들보다 상급자인 수석부회장이라는 2인자 직책을 신설하며 승계 기반을 닦았다.
정 회장은 대규모 인사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오너 2세 시대'의 끝을 알렸다. 정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 성장을 주도해 온 이른바 '올드보이'(OB)들은 경영 후방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정 회장이 영입했거나,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성장을 이끌 전문가들을 전면으로 끌어올리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기점으로 완성차 관련 계열사에 국한돼 있던 정 회장 지배력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됐다. 부품·철강·건설 등 전 영역의 미래 전략을 짜고 투자를 결정하는 업무를 맡게 된 만큼 정 회장이 그리던 '뉴 현대차' 실현에도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 대규모 투자 뒷받침
정 회장은 약 20년 간의 경영 수업을 끝냈을 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명실상부한 총수 입지를 굳혔다. 정 회장 체제 아래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정체성 전환이다. 정 명예회장이 비교적 저가 모델 중심으로 생산 차종을 다양화한 것과 달리, 완성차 제조사에서 탈피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어서다.
실제 정 회장이 취임 직후 발표한 첫 중장기 투자 전략에는 현대차그룹의 무게중심을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동화 ▲수소 ▲자율주행 등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로 이동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표한 미래 투자 계획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3년 간 전동화와 SDV 등 연구개발(R&D)에 31조1000억원,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핸 전략적 투자 분야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전동화 시대의 '패스트 팔로워'(추종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선도자)라는 지향점을 달성하기 위해 2020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을 출시했다. 그 결과 E-GMP가 탑재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EV9 ▲제네시스 GV60 등의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톱3'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도심교통항공(AAM) 등 다양한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정 회장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의 SDV 전환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슈퍼널이 제작 중인 AAM 'S-A2'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두 자릿수 이익률…높은 상품성 기반 할인 최소화 전략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외형 성장만 이룬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간 매출 285조2336억원과 영업이익 18조259억원, 순이익 20조5149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6%, 43.3%씩 증가했으며 순이익 역시 77.8% 성장했다.
특히 국내 대기업 중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긴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나아가 현대차그룹 맏형 격인 현대차·기아의 올 1분기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10.4%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처럼 수익성이 강화된 배경으로는 정 회장의 '제값받기' 전략이 주효했다. 제값받기는 정 명예회장이 강조하던 '품질경영'에서 한 단계 진화된 개념이다. '박리다매'로 승부를 보던 과거와 달리,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으면 별도의 할인 없이도 판매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더해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고부가가치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늘어난 점도 있다. 현대차는 올 1분기 말 기준 해외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이 6419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인상됐으며, RV 가격은 4% 가량 올랐다. 기아 역시 해외 RV 평균 판매가격이 10% 증가하며 이익 체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현대차그룹의 내실화는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배당 재원이 되는 순이익이 쌓이면서 환원 여력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실제 현대차는 연간 배당 성향을 25% 이상으로 높이는 한편 자사주 1%를 소각할 예정이다. 또 기아는 배당성향을 최소 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외국인·경쟁사 출신 인재 적극 기용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로 창의적인 기업문화가 있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고 직급을 통폐합하는 등 수평적인 조직 분위기를 꾸렸다. 딱딱한 군대식 조직 문화가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기업 성장을 저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파격적인 용병술도 조직 혁신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순혈주의 기조가 강했지만, 정 회장 체제가 안착되면서 외국인과 비(非)현대차 등 출신에 개의치 않고 외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인 데다 건강한 내부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컨대 현대차 'C레벨' 임원 가운데 외부 출신은 ▲신재원 AAM본부장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루크 동커볼케 최고창의력책임자(CCO) 등은 각각 미국 나사(NASA)와 네이버, 벤틀리 출신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 회장은 한 마디로 미래 융합형 인재"라며 "재벌 총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일 뿐 아니라 전기차·수소차를 쌍두마차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적극적으로 리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내연기관의 경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유물이었으나,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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