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각종 이슈의 주인공으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후 갈등설이 불거지며 금감원의 농협금융 지배구조 점검의 단초가 됐고, 홍콩H지수 관련 파생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에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은행 직원의 배임 금융사고가 터지며 불완전한 내부통제에 대한 불안감도 키웠다. 취임 당시 '금융의 모든 순간, 함께 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내놨던 이 회장은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된다. 2024년도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 회장의 1년6개월 재임기간 성적을 평가하고 남은 임기 6개월간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 보호는 조직 존립과 직결되는 핵심 가치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두 차례의 '준법감시·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직접 챙기며 내부통제를 강조했지만 오히려 임기 기간 내 금융사고 발생 빈도가 늘면서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실시된 '준법감시·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협의회에 모두 참석하며 집안 단속에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책임 의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6건으로 전년 2건에 비해 4건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은 이석준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첫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올해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에 농협금융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농협은행은 여신 업무를 맡았던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109억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기간이 2019년 3월25일부터 이 회장 임기 중인 지난해 11월10일까지로 4년 가까이 배임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회사의 금융사고지만 농협금융의 얼굴 역할을 하는 은행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사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5월 농협은행에서 부당대출로 인한 6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농협은행의 한 지점 직원이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뒤 허위계약서를 꾸미고 담보가액을 부풀려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한 건이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건전성 및 내부통제 관리가 취약한 게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의 잇단 금융사고에 대한 이 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규모 금융사고가 이 회장이 앞장서서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한 와중에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과 7월 두 차례의 '준법감시·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에 참석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및 혁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2월에 실시된 1차 협의회에서 이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 실천은 조직의 존립과 직결되는 핵심적 가치이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금융사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금융혁신의 시대에는 외부 감독당국에 의한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가 아닌 금융사의 자율적인 내부통제를 통한 고객의 신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소비자의 신뢰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7월 2차 협의회에서는 "소비자에게 신뢰와 믿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감독당국에 의한 비자발적 수동적 내부통제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자발적 능동적 내부통제 강화"라며 책무구조도 도입 등 농협금융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올해는 농협금융의 준법감시·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이 회장이 직접 챙기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 실시된 준법감시·소비자보호 협의회에는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잇단 금융사고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강조한 점과 배치되는 행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반복되는 은행권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직원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회장은 준법감시·소비자보호 협의회 위원장이 아니다. 준법감시·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는 위원장인 지주 준법감시인과 각 계열사 CCO(최고고객책임자), 해당 부서장들이 참석한다"며 "지난해에는 취임 첫해인 만큼 직접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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