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아름 기자] 일양약품 오너 3세 정유석 부사장이 회사 주식 매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주가 부양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장내 매수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사장이 보유 지분을 확대하면서 승계 물밑작업도 가시화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유석 부사장은 이 달 장내매수 1000주를 포함해 현재 총 75만8511주(3.97%)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올해에만 1만주를 장내매수 해 지분율을 0.5% 확대했다. 정유석 부사장은 지난해 3월 7000주를 장내매수 한 이후 올해 들어 주식 매입을 늘리고 있다.
정 부사장의 지분 매입은 최근 부진한 주가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5월 급성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 승인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오너일가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이슈로 인한 주가 급등 직후 보유 지분을 매도해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창업자인 故 정형식 회장의 부인 이영자씨는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 0.11%를 전량 매각했고, 정 회장의 동생인 정재형씨와 정재훈씨도 각각 보통주 0.13%, 우선주 0.31%와 보통주 0.06%를 매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면서 주가는 급등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일양약품의 주요 파이프라인인 항궤양제 '놀텍'의 제네릭 등장 등 약화된 경쟁력도 주가 부진을 이끌었다. 일양약품은 2008년 '놀텍', 2012년 '슈펙스'를 국산 신약으로 등재 시켰지만 이후 이렇다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고 특허만료도 목전에 두고 있다.
다산제약은 '놀텍' 물질특허가 끝난 2017년 주성분 일라프라졸 제법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2019년 등록됐다. 지난달엔 '놀텍'과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는 등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기득권이 사라질 위기다.
향후 정 부사장은 해외 사업을 그룹 성장 동력으로 키워 주가 상승 기반을 마련하겠단 목표다.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프리온 질환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연내 중국 '슈펙트' 임상 3상 완료해 중국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는 등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제산제 '알드린' 등을 판매하는 중국 양주일양 법인 매출이 올해 1분기 기준 일양약품 전체 매출의 26.57%(218억원)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슈펙트' 출시 후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중국 '슈펙트' 임상 3상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임상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놀텍', '슈펙트'를 중심으로 적응증 및 기술수출 확대를 통해 신 성장 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유석 부사장의 지분 매입이 향후 승계를 염두한 행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일양약품의 승계는 일찌감치 형인 정유석 부사장이 일양약품, 동생인 정희석 대표가 일양바이오팜을 승계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정유석 부사장이 아버지인 정도언 회장의 지분(21.84%)을 증여 받기 위해선 세금으로 약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 부사장은 사전에 지분을 확보해야 향후 세금 납부를 통해 희석될 지분을 최소화할 것으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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