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기자] 거래소공개(IEO)가 자금조달의 새로운 수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암호화폐공개(ICO)가 국내외 곳곳에서 금지되면서 유동성 확보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난항도 예상된다.
IEO는 Initial Exchange Offering의 줄임말로 발행사가 암호화폐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상장시킨 후 해당 암호화폐거래소가 직접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암호화폐거래소가 상장 주관사 및 대상 기관, 암호화폐 판매처 등을 겸하는 형태다. 주식자본시장(ECM)으로 비유하면, 주식 발행 주관사인 증권사가 발행사로부터 주식을 전량 인수해 상장시킨 후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일을 모두 하는 것. 추가로 주식이 매매되는 거래소 역할까지 맡는 형태다.
그 과정에서 암호화폐거래소는 자체 심사를 통해 암호화폐를 평가한다. 거래소가 한 차례 검증을 거치면 ICO의 신뢰성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이다. 가장 최근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프로젝트 레밋(REMIT)이 IEO를 통해 25억5000만원을 조달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의 주도 아래 IEO가인드라인까지 공개됐다. 국내에서 민간이 제안하는 첫 가이드라인으로 ▲공시제도 도입 ▲토큰 세일 권장 한도 지정 ▲기존 법령 준수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이라는 큰 줄기까지 나왔지만 IEO의 활성화 여부는 의문이다. 공식적으로 IEO의 현황을 집계하는 곳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다. 다만 국내에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시장의 암묵적 인식 ‘ICO 못해서 IEO?’
IEO 비확산의 중심에는 암호화폐의 발행사인 블록체인기업이 있다. 발행사 스스로 IEO에 보수적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IEO의 장점으로 인식되는 신뢰성과 직결된다. 암호화폐거래소가 일차적으로 필터링을 했지만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되레 암호화폐 발행이 지나치게 손쉽게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ICO 경우 기관투자자 대상의 프라이빗세일(Private sale)과 프리세일(Pre sale)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 경험이 풍부한 기관투자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암호화폐의 발행 자체가 어렵게 된다. 암호화폐거래소 한 곳만 거치면 발행이 이뤄지는 IEO 대비 더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ICO로 자금조달이 힘들 것 같은 프로젝트가 IEO에 나선다’는 인식이 시장에 존재한다”며 “발행사 입장에서는 ICO 대비 IEO로 자금을 더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마이너리거’ 꼬리표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ICO의 본질이 사업의 성장 가능성 확인이라면 IEO는 지나치게 자금조달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간 모호한 경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다른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일부 부실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인해 ICO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지만 이는 암호화폐 발행시장의 성숙을 위한 진통으로 볼 수 있다”며 “IEO 경우 발행과 유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탓에 시장의 경계가 모호하고 시장이 설익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이유 있는 소극적 태도’
암호화폐거래소 또한 IEO에 보수적인 시각을 지닌 주체다. 암호화폐거래소는 발행사의 암호화폐를 투자자에게 공급해야 하는 IEO의 구조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IEO에 비관적인 태도를 지닌 암호화폐거래소 가운데 대형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빗썸·후오비코리아·업비트·고팍스 등 몸집이 큰 암호화폐거래소들은 IEO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를 선도하는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들이 IEO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IEO의 성장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IEO로 인한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다. 암호화폐거래소가 IEO로 취할 수 있는 것은 신규 암호화폐 확보와 해당 암호화폐의 거래를 위한 이용자 확대, 그로 인한 매매 수수료 수입 증가이다.
반면 투자자 모집에 따른 리스크는 감내해야할 부분이다. IEO에서는 암호화폐거래소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검증하는 유일한 주체다. 투자자에게 암호화폐 판매에 따른 책임을 홀로 짊어져야 한다. 만약 해당 프로젝트의 부실이 드러날 경우 그 후폭풍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것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의 생각이다.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IEO라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암호화폐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진 마당에 IEO로 인해 브랜드 평판에 훼손이 생기면 생존 자체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IEO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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