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권녕찬 기자] 구글이 카카오의 지도 서비스인 카카오맵에 대한 전략적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용하면서 해외 지도 반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국내 기업인 카카오와 손을 잡아 부정 여론을 잠재우고 한국 지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 역시 구글과 손을 잡으면 국내 지도 산업계 1위인 네이버를 따라잡을 수 있고 향후 구글과 AI(인공지능) 글래스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구글과 손을 잡게 되면 향후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카카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사업 확대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카카오맵을 중심으로 한 지도·위치 기반 서비스 생태계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카카오 지분의 약 1% 정도인 3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카카오는 해당 내용에 대한 발표도 준비했으나 투자 방식과 구체적인 구조 등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금액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 지도 데이터와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등 차세대 플랫폼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러한 투자 검토는 AI투자와 더불어 최근 정부가 1 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한 것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해당 지도는 골목 단위까지 식별 가능한 정밀도를 갖춘 데이터로 길찾기 서비스와 물류, 상점 정보, 자율주행,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위치 기반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 지도 데이터를 가공한 뒤 정부 확인을 받아야 반출할 수 있다.
그동안 구글은 한국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으로 인해 내비게이션 등 핵심 기능을 제공하지 못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은 구글 지도 예외 국가로 분류됐다. 다만 이번 규제 완화로 구글이 한국 지도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한국 지도 시장 진입 전략의 일환으로 로컬 플랫폼과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다. 카카오와 손을 잡게 되면 구글이 좀더 빠르게 국내 지도맵 시장에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맵은 국내 골목 단위 지도 데이터와 상점·대중교통 등 로컬 위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지도 인프라를 가진 구글과 데이터 결합 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지도 부문에서 협력이 이뤄질 경우 구글의 글로벌 지도 인프라와 카카오맵의 국내 로컬 데이터가 결합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위성 지도와 스트리트뷰, 글로벌 위치 데이터 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는 국내 상점 정보와 교통, 지역 서비스 데이터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한국 지도 정확도가 높아지고 해외 사용자 접근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또 카카오 입장에서는 구글과 손을 잡으면 네이버를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네이버 지도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880만명, 카카오맵 1256만명, 구글 지도 998만명이었다. 카카오의 국내 데이터와 구글의 전 세계 지도 서비스에서 축적한 AI 기술과 데이터 처리 역량을 합치면 네이버를 뛰어넘는 것은 순식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과 카카오가 협력하게 되면 지도 플랫폼에서는 경쟁 관계지만 기술 영역에서는 협력하는 경쟁적 협력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도 데이터가 자율주행·물류·AR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만큼 향후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빅테크가 국내 시장을 단독으로 장악하는 것보다 국내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 오히려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며 "구글이 카카오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지도 데이터는 관광, 물류, 자율주행, 로봇, 드론, 증강현실(AR)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의 기반 인프라로 활용되는 만큼 서비스 확장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구글 지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국내 로컬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와 구글은 이미 인공지능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래스 사용자 경험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협력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카카오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카나나 인 톡'으로 시작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구글 안드로이드와 협업을 시작했다"며 "카카오 생태계 내 데이터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AI 협력 흐름이 향후 지도와 공간 데이터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특히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AI 기술을 중심으로 차세대 디바이스 생태계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메신저·모빌리티·로컬 서비스는 중요한 콘텐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이 장기적으로 국내 지도 플랫폼의 주도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가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이용자들의 대규모 이동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구글 지도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