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이들의 이른바 빵지순례 성지로 불리던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최근 겪는 유례 없는 경영 위기는 외형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내부 관리 시스템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으로 지적된다. 단기간에 가파른 매출 증대를 목적으로 브랜딩과 마케팅에만 집중했던 경영 방식이 노무와 세무 등 기업 운영의 기초적인 영역 부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 엘비엠(LBM)은 이효정 창업주 외에 이상엽, 김동준 등 4명의 주주가 공동으로 세운 법인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초기부터 이효정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감성 마케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현지의 분위기를 재현한 인테리어와 차별화된 제품 구성은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이는 곧 급격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업의 덩치가 커지는 과정에서 경영진은 전문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여전히 초기 창업 당시의 영세한 관리 방식을 고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20대 직원의 과로사 사건은 그동안 화려한 브랜딩에 가려져 있던 엘비엠의 열악한 노무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고용노동부의 기획 감독 결과 엘비엠 소속 18개 사업장 전반에서 노동 관계법 위반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연장근로 한도 위반부터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근로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 3년간 산재 승인 건수가 60여건에 달하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8억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주요 위반 사항을 형사 입건했다.
노무 문제에서 시작된 규제 당국의 조사는 국세청 조사4국의 투입으로 이어지며 세무 영역으로 번졌다.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며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의 등판은 엘비엠의 회계 투명성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됐음을 의미한다. 당국은 특히 창업주들이 경영권을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과정에서의 자금 흐름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정 CBO를 포함한 초기 주주들이 약 1600억원 규모의 매각 대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변칙적인 구조를 설계했는지 등이 쟁점으로 꼽힌다.
엘비엠 측은 이에 대응하고자 국내 매출 1위 세무법인인 BnH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전방위적인 방어에 나섰다. BnH는 전직 국세청장과 기재부 고위 관료 등 세무 분야의 전관들이 포진해 업계의 '김앤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번 사건의 대리를 맡은 인물 역시 정부와 국회 입법조사처를 거친 1급 전관 출신으로 알려졌다. 엘비엠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관 출신 대리인을 선임한 것은 국세청의 고강도 조사가 가져올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세금 추징을 넘어 경영진의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방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내 F&B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본다. 브랜드 파워만으로 기업 가치를 부풀려 매각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는 시각이다. IB 업계는 엘비엠이 겪고 있는 혼란을 기업의 내실보다 외형 확장에만 집중하는 소위 'K-브랜딩'의 역설로 보고 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브랜드 마케팅만큼이나 투명한 회계 처리와 합법적인 노무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런던베이글 경영진과 지난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JKL파트너스는 "고용노동부 기획감독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근로 환경 관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 구성원 여러분과 고객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조사 과정에서 빠르게 조치가 가능한 사항들은 즉각 시정했고, 나머지 사항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안전보건 교육 및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관리 시스템의 디지털화·표준화를 완료했다"며 "앞으로는 신설된 산업안전 전담팀을 중심으로 안전한 근무 환경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베이글 측은 창업 멤버로서 회사를 이끌어 온 강관구 대표가 이번 사안에 대한 경영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했다고 밝혔다. 런던베이글은 "당사는 이번 조사를 전환점으로 삼아 새로운 경영진을 주축으로 사업 운영 체계를 선진화하고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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