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와 기술도입(라이선스 인) 등을 통한 중장기 성장전략을 밝혔다. 아울러 투자재원 조달을 위해 재무적‧전략적 투자자 물색과 더불어 유상증자 등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대주주연합) 측은 성장전략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과 상속세에 따른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 이슈 해결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사 측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7일 글래드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기 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지주사를 중심으로 향후 2년여 간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강력하게 지배함과 동시에 한미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통해 임직원, 이사회, 주주들의 신임을 받는 책임경영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먼저 새로운 전략 방향의 키워드로 '비유기적 성장 (Inorganic Growth)'과 '다각화'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한미약품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오는 2028년까지 각각 2조8000억원,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회사 성장전략의 핵심은 그 동안 고수했던 한미약품그룹의 사업 외에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투자 및 제휴 등 통해 외적(inorganic) 동력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치열해지는 외부환경을 고려했을 때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역량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부적으로는 ▲신규 치료영역(TA) 확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유망 혁신 기술 및 물질 선점 ▲헬스케어 밸류체인 사업 다각화 ▲제약 원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 ▲온라인팜의 유통 역량 강화 등을 실현 방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M&A를 통한 성장과 관련해 한미약품그룹 내 제약부분이 보유하지 않았고 성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정신질환 및 신경계 관련 기업 인수합병으로 기존 보유 품목들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약 20~30여개의 혁신 바이오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의 유망한 혁신 기술‧물질을 선점할 계획이다.
아울러 헬스케어 밸류체인 사업다각화 전략도 펼친다. 국내외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의료기기분야 시장 내 수술 중 지혈 혁신, 조직봉합 및 유착방지 주력분야에서 동반 진단 및 바이오마커 수술용 로봇을 비롯해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 외에 치료 중심의 제약 영업을 넘어 컨슈머 헬스 영역으로 진출해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화장품, 퍼스널케어 제품 등 적극적인 M&A를 통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함으로써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는 중기전략 달성을 위해 최대 8150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이와 관련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며 유증 가능성도 열어뒀다.
임종훈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계열사는 시장점유율이나 기술력이 뛰어나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꽤 있다"며 "FI(재무적투자자)도 있고 SI(전략적투자자)도 있다. 현재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투자 유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임 대표는 "이번 투자는 회사를 발전시키고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목표가 명확한 투자"라며 "그 외 다른 용도로는 투자를 받지 않는다. 충분히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라고 역설했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 상무도 "투자재원 마련과 경영권 분쟁은 관련이 없다. 경영권 방어 목적이 아니다"라며 "특정 이사나 대주주가 기업가치 제고를 노력을 막는다면 이는 일반투자자와 직원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투자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최적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대주주연합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번 전략 발표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진정한 행보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성장전략 시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주주연합은 "기업 유증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이 시점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크게 희석시킬 수 있는 유증 가능성을 공개하는 일이 과연 주주가치 제고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치열한 분쟁 중인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유증을 하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핵심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개인 채무로 연간 이자 비용만 100억원에 가깝게 쓰고 있는 두 형제의 오버행 이슈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보다 허심탄회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가치를 억누르고 있는 핵심요소는 미래 전략 때문이 아니라 형제의 과도한 채무라는 점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실적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로 투명하게 원인을 밝히고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에 협조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대주주연합은 "임종훈 대표가 단독대표로 취임한 뒤 한미사이언스의 실적이 급락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이상 급감했고 순이익은 반토막이 났다"며 "이 같은 급격한 수익성 악화는 헬스케어 사업 부진과 더불어 한미약품의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하고 불필요한 용역비를 지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번 성장 전략이) 지난 3월 주주총회 당시 주주들을 현혹했던 '시총 200조 달성', '바이오의약품 100개 생산'과 같은 공허한 비전의 기시감이 들어 안타깝다"며 "주주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한 형제들의 공식 발언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분쟁을 일으키는 행보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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