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한섬이 자본잠식에 빠진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을 전격 흡수합병했다. 회사 측은 비용절감과 경영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섬의 경영실적도 좋지 않은 가운데 부실기업까지 떠안게 되면서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섬은 앞서 2020년 뷰티사업 진출을 위해 한섬라이프앤(구 클린젠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취득하고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그 이듬해 한섬라이프앤을 통해 고가의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섬라이프앤은 아직까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한섬라이프앤은 인수 첫 해인 2020년 당기순손실 4억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27억원의 순손실을 이어가면서 5년 동안 누적 순적자만 200억원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인수 당시 80억원이었던 자본금도 2년 만에 6억원까지 쪼그라들고 작년 자본잠식 상태로 전환됐다.
한섬라이프앤은 사업 초기부터 화장품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인 성분을 통한 제품 차별화와 고급화 전략을 추진했다. 한섬라이프앤의 화장품브랜드 오에라 제품가격은 20만원에서 최고 120만원대까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50㎖용량의 크림 하나에 120만원대를 호가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구매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OEM(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자)·ODM(제조자 디자인 생산) 업체의 발달과 인디브랜드의 성장 및 온라인 화장품 소비 활성화로 뷰티업계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부분도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한섬은 고심 끝에 지난달 23일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하는 칼을 빼 들었다. 회사 측은 뷰티사업에 대한 경영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한섬라이프앤을 인수했다는 설명이다. 한섬은 이번 합병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적 자원 일원화 및 마케팅 노하우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비용절감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섬 관계자는 "뷰티사업 경영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한섬라이프앤과의 합병을 결정했다"며 "순적자의 경우 론칭 당시 신규사업 특성상 영업망 확대와 마케팅 등의 투자비용 집행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최근 한섬의 실적도 부진한 가운데 부실기업을 흡수하며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섬의 작년 매출액은 1조5286억원으로 전년 1조5422억원 대비 0.8%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683억원 대비 40.3% 크게 내려앉았다. 올 상반기에도 부진은 지속돼 매출액 7353억원, 영업이익 3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 39.1% 각각 뒷걸음질 쳤다.
시장 한 관계자는 "한섬라이프앤이 지속해서 적자를 내며 자본잠식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흡수합병은 단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서 이미 모회사에 대여금까지 빌리면서 운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흡수합병을 통해 적자 규모를 줄이고 한섬라이프앤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과 제품 노하우 등을 한섬의 사업부문으로 끌고 가기 위함"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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