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롯데지만 롯데가 아니다. 한때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였던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얘기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지주사체제 전환 뒤 금산분리 규제를 피하고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롯데캐피탈은 그대로 남았다. 롯데그룹 소속 금융 계열사가 흩어진 뒤 변화와 현재 상황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롯데손해보험은 새 주인 JKL파트너스를 만난 뒤 여러 면에서 바뀌었지만 롯데그룹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투자사업 포트폴리오가 대표적이다.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많이 늘렸던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에도 업계 평균과 비교해 위험자산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품에 안은 뒤 대체투자 자산을 줄이고 안전 자산은 늘리면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해왔지만 투자사업 관련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롯데손보가 다시 새 주인을 찾는 상황에서 투자사업 관련 리스크가 매각 작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8년 대한화재를 인수해 롯데손보를 출범한 롯데그룹은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롯데'가 가진 브랜드 영향력과 계열사와 시너지를 바탕으로 손해보험업계 상위권 도약을 노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롯데손보는 사명이 바뀐 만큼 많은 것이 바뀌었다.
롯데손보는 롯데그룹에 합류한 초반 계열사 일반보험과 퇴직연금 물량을 바탕으로 외형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퇴직연금 강자'라는 타이틀도 이때 생겼다. 문제는 경쟁사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을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했던 탓에 수익 부담도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사업에서 실적 부진을 겪던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강자'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자산운용부문에서 성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롯데손보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항공기,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을 늘리면서 운용자산수익률 제고를 꾀했다.
롯데손보는 대체투자 자산을 늘린 덕분에 저금리 시대에도 운용자산수익률을 높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자체가 완전히 마비되면서 대체투자 확대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예컨대 2016년 4%대까지 올랐던 롯데손보의 운용자산이익률이 지난해 0%대로 떨어졌다. 손보업계 평균(2.6%)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지속된 고금리 탓에 지난해 채권 평가손익이 급감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할 때만 해도 JKL파트너스 역시 퇴직연금 자산 규모나 자산운용 역량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나 2020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자 곧바로 투자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
2020년 말 4조9413억원이던 대체투자 수익증권 규모는 2023년 말 3조9125억원으로 20% 감소했다. 전체 자산에서 대체투자 수익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5.7%에서 36.7%로 19.0%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안전 자산인 채권 비중은 22.7%에서 42.1%로 증가했다.
다만 투자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노력에도 대체투자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 자산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롯데손보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격 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손보의 예상 매각가격은 1조원에서 3조원으로 편차가 크다. 새 회계제도(IFRS17) 적용 이후 이익의 핵심 지표로 떠오른 CSM(보험계약마진)을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3조원 이상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고,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와 현 시가총액 등을 이유로 가격을 낮게 보는 의견도 있다. 투자사업 포트폴리오는 당장 실적, 수익 변동성 등 측면에서도 롯데손보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월 발표한 롯데손보 신용등급 평가보고서를 통해 "투자 성과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전체 수익성 변동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대체투자를 비롯해 고위험자산의 수익률 및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자산 리밸런싱(대체투자 익스포저 축소) 작업의 성과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